이 글은 사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하되 독자의 몰입을 위해 장면과
대사, 심리 묘사를 소설적으로 각색했습니다
연대기적 강의가 아닌 재구성 서사이며 불확실한 대목은 (전승),
해석이 갈리는 부분은 (논쟁), 어원 설명은 (어원)으로 표기했습니다
등장 인물·지명·용어는 첫 등장 시 괄호로 간단히 설명합니다
![]() |
| 퀴노 2014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서전 인터뷰 장면 | Quino at Buenos Aires Book Fair 2014 Wikimedia Commons, Romina Santarelli/Secretaría de Cultura; CC BY-SA 2.0. 위키미디어 공용 |
밤이 깊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의 수도) 작은 작업실 창턱에 연필이 놓여 있었다
호아킨 살바도르 라바도(만화가, 필명 퀴노)가 빈 종이 위에 동그란 얼굴을 그렸다
단정한 단발머리와 작은 리본
눈을 크게 뜬 아이가 세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름은 마팔다(Mafalda)”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시작은 광고 시안이었다는 말이 있다(전승)
가전제품 광고를 위해 ‘현대적인 가족’을 주문받았고 그가 만든 설정이 남았다는 이야기다
광고는 무산되었고 캐릭터만 남았다
그는 고민했다
버리기엔 아까웠다
아이에게 목소리를 주면 이야기가 생길 것 같았다
1960년대 중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음악과 신문, 정치 이야기로 바빴다
그는 편집자에게 시안을 들고 갔다
“말 많은 여섯 살짜리입니다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첫 연재가 나가자 반응이 왔다
“이 아이, 누구야”
독자는 아이의 눈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보기 시작했다
마팔다의 집은 평범했다
회사원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식탁에는 늘 수프가 올랐다
마팔다는 수프를 싫어했다
“왜 꼭 먹어야 하죠”
어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작은 반항은 큰 공감이 되었다
독자들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펠리페(꿈이 많고 숙제를 미루는 소년)
마놀리토(구멍가게 집 아들, 장사와 숫자에 밝은 소년)
수사니타(결혼과 아기에 집착하는 소녀)
미겔리토(상상력이 과한 소년)
리베르타드(정치·자유에 민감한 아주 작은 소녀)
아이들이 모이면 토론이 시작됐다
“전쟁은 왜 생겨요”
“돈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해요”
“어른들은 왜 바뀌지 않죠”
작가는 웃기면서도 정면으로 물었다
![]() |
| 출처: 퀴노 공식블로그 |
아이의 방 한가운데에는 지구본이 있었다
마팔다는 지구본을 팔짱 끼고 바라보곤 했다
“이게 아픈가 봐요”
그 말은 농담이면서 진심이었다
집값과 물가, 정치 뉴스와 먼 나라의 전쟁
모든 것이 아이의 질문으로 번역되었다
만화는 가정의 대화가 되고 거리의 농담이 되었다
인기와 압박은 같이 왔다
매일 웃기되 헛소리를 하면 안 됐다
같은 농담을 반복하면 아이가 작아졌다
그는 자료를 모았다
신문을 스크랩하고 어른들의 말을 메모했다
오해를 부르는 비유를 줄이고 맥락을 분명히 했다
“아이의 입으로 말하되, 아이를 방패로 쓰지 않는다”
그의 원칙은 점점 단단해졌다
현실은 묵직해졌다
신문이 폐간되고(전승) 친구가 떠나고 거리에 검문이 늘었다
그는 펜을 쥔 손을 한 번 더 멈췄다
“지금 이 장면을 그려도 될까”
웃음은 필요했지만 안전도 필요했다
그는 반복의 위험과 시대의 위험을 같이 계산했다
정점에서 멈추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까지 하자”
1970년대 초, 연재는 스스로 문을 닫았다
독자는 아쉬워했지만 이해했다
작품이 늘어질 때까지 붙잡지 않는 선택
그는 마팔다를 소비재가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 |
| 출처 : 핀터레스트 |
연재는 끝났지만 캐릭터는 남았다
아이의 얼굴은 포스터로, 엽서로, 회의장의 배지로 번졌다
유니세프 캠페인과 연계된 그림이 사용되기도 했다(전승)
지구본을 안고 있는 아이, “아이들의 권리”를 말하는 그림들
만화의 언어가 공공의 언어로 옮겨 갔다
그는 떠났다
군홧발의 시대에 그는 다른 도시로 적을 옮겼다
밀라노를 거쳐 마드리드로
그곳에서도 그는 침묵 대신 선을 택했다
한 컷짜리 풍자만화로 어른들의 모순을 계속 찔렀다
말수는 더 줄고 선은 더 날카로워졌다
세월이 흘러 상이 찾아왔다
그는 무대에 올라 아이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과분합니다”
심사위원들은 말했다
“그의 아이는 세계 공용어다”
그 말에 객석이 박수로 답했다
마팔다를 읽고 자란 세대가 어른이 되어 있었다
| 마팔다 인스타그램 |
작가의 사생활은 조용했다
인터뷰에서는 늘 작품을 앞으로 내세웠다
“나는 그리는 사람일 뿐입니다”
독자가 준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당신은 어떤 세상을 원합니까”
그는 오래 생각하고 짧게 대답했다
“덜 불공평한 세상”
그 말은 만화의 핵심을 요약했다
일상으로 돌아가 보자
수프가 식탁에 올라온다
마팔다는 고개를 젓는다
아버지는 신문을 내려놓고 미소를 짓는다
“한 숟갈만”
“이건 세상을 더 좋게 만들지 않아요”
짧은 농담이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먹기 싫은 수프는 어른들이 강요하는 ‘그 무엇’의 은유였다
작가는 독자가 각자의 수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또 다른 장면
마놀리토가 계산대를 두드린다
“이윤은 나쁘지 않아”
리베르타드가 팔짱을 낀다
“이윤만 있으면 나빠”
펠리페는 숙제를 미루며 창밖을 본다
각자의 성격은 사회의 단면을 나눠 맡는다
캐릭터들이 관념을 말할 때도 말은 짧고 예는 구체적이었다
독자는 웃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팔다가 지구본을 안고 말한다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그 소망은 한 나라의 뉴스와 상관없이 통했다
읽는 사람이 어디에 있든, 가정과 학교와 직장에 똑같이 도착했다
만화는 국경을 건넜고 번역의 장벽을 넘어갔다
아이의 질문은 세계 공통어였다
![]() |
| 오비에도 공원 벤치에 앉은 마팔다 동상 전경 | Mafalda statue on bench, Oviedo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
어느 날 그는 오래된 원고를 펼쳤다
비슷한 표정의 컷을 지웠다
“여기서는 더 이상 안 웃긴다”
그는 웃음을 억지로 끌어오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컷을 그렸다
같은 말이라도 더 정확한 장면을 찾았다
그 태도는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비밀이었다
마팔다를 두고 사람들은 묻는다
“어른들을 그렇게 비판하면 해결이 되나”
그는 대답했다
“문제는 사라지지 않지만, 적어도 말이 정확해진다”
정확한 말은 잘못된 말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 부끄러움이 조금씩 방향을 바꾼다
만화가 할 수 있는 최선이 거기에 있었다
![]() |
| 플라사 마팔다’ 전경 | Plaza Mafalda in Colegiales, Buenos Aires Wikimedia Commons, Roberto Fiadone; CC BY-SA 2.5/3.0. 위키미디어 공용 |
마지막 장면
작가는 작업실에서 의자를 밀고 일어선다
창문 너머로 저녁이 내려온다
책상 위에 지구본이 있다
작가는 불을 끄기 전, 지구본을 가볍게 돌린다
아이의 웃음이 어둠 속에서 잠깐 살아난다
그는 미소 짓는다
“내일도 물어보자”
아이의 질문이 세상을 더 정확하게 만든다고 믿으면서
Quino (Joaquín Lavado) sketched a round-faced girl for a canceled ad and kept her: Mafalda.
In 1960s Buenos Aires she asks adult questions—about war, money, fairness—over soup she hates, with friends (Felipe, Manolito, Susanita, Libertad) mirroring society.
Fame grew; pressure too. Amid darkening politics he chose to end the strip at its peak and left Argentina, continuing sharp single-panel satire.
Mafalda lived on as a global icon and public voice: laughter first, then thought.
.jpg)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