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인쇄공 토머스는 활자 틈에 밴 냄새를 닦아내고 있었다.
1858년 6월, 템스강(Thames River, 런던을 가로지르는 하구 강)의 수면은 낮에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공기는 잿빛으로 눌렸다.
조판실 창을 열면 더 심해졌고, 닫으면 종이와 잉크에 냄새가 스며들었다.
손님은 신문을 집어 들자마자 코를 막았다.
그는 신문 묶음을 묶어 내보내며 한마디로 정리했다. “오늘은 냄새 때문에 반품이 더 나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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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악취 속 템스강을 노 젓는 ‘침묵의 강도’ / ‘The Silent Highwayman’ cartoon during the Great Stink (1858)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
빨래터의 앤은 세제를 더 써 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강물은 거품과 찌꺼기를 밀어 올렸고, 빨래는 헹군 뒤에도 냄새가 남았다.
손님은 환불을 요구했고, 가게는 하루 문을 닫았다.
그녀는 가게 앞에 사유를 적었다. “수질 악화로 영업 중단.”
지갑은 얇아졌고, 아이 우유 값이 걱정이었다.
하원(House of Commons, 영국 하원의사당)은 창문을 닫고 회의를 이어 갔다.
직원들은 염화석회를 적신 휘장을 늘어뜨려 악취를 줄이려 했다.
의원들은 회의록에 손수건을 대고 발언했다.
기록 보관실은 이전 준비까지 검토했다.
“서류가 냄새를 먹는다”는 불만이 공식 문장으로 남았다.
강변 생선가게의 수조는 비어 있었다.
도매상 선장은 하역을 포기했다.
선창의 냄새가 목을 막아 작업을 못 하겠다고 했다.
상인은 물건 대신 사과문을 붙였다.
그날 저녁, 상인의 아이는 코를 틀어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인은 눈앞에 있었다.
가정의 수세식 변기 보급이 빨라졌고, 배수로는 생활하수와 빗물을 함께 실어 곧장 강으로 보냈다.
도축장과 시장, 공장의 폐수도 같은 경로를 탔다.
비가 오면 넘쳐서 거리로 올라왔고, 비가 그치면 더 농축되어 내려갔다.
인구 증가와 배수 설계의 간극이 그대로 악취로 변했다.
사람들은 병을 떠올렸다.
1848년과 1854년 콜레라 유행의 기억이 생생했다.
의사 존 스노는 오염된 물을 원인으로 제시했지만, 여전히 ‘나쁜 공기’ 탓이라는 주장도 강했다(논쟁).
논쟁은 계속되었지만, 그 여름의 냄새는 선택을 미뤄주지 않았다.
정치와 상업, 일상의 모든 계획이 냄새 앞에서 멈췄다.
학교 교실의 아이들은 집중하지 못했다.
창문을 열면 수업이 중단되었고, 닫으면 창백해졌다.
교사는 수업 시간을 줄이고 돌아섰다.
그날 가정 통신문에는 “강변 통학로를 임시로 우회합니다”가 추가되었다.
부모는 마스크처럼 손수건을 아이 목에 묶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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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프 바질제트 초상 / Portrait of Sir Joseph W. Bazalgette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
의회는 결정을 내렸다.
휴회로 도망갈 수는 없었고, 악취를 견디며 버틸 수도 없었다.
근본 공사를 즉시 시작하는 안이 채택되었다.
메트로폴리탄 보드 오브 웍스(Metropolitan Board of Works, 런던 광역 공공사업기관)가 총괄을 맡았다.
현장 설계는 조지프 바질제트(Joseph Bazalgette, MBW 수석기사)가 맡았다.
대책은 간단하고 크고 분명했다.
강과 평행하게 달리는 차단 하수관(Intercepting Sewers, 기존 하수를 외곽으로 모아 이송하는 대형 관로)을 북쪽과 남쪽에 각각 구축한다.
도심의 소하수를 집수관으로 모아 동쪽 끝으로 보낸다.
하류의 펌핑 스테이션이 수위를 올려 조류가 바다로 밀려 나가는 시간에 맞춰 방류한다.
목표는 “하수를 템스 본류에서 분리”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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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 엠뱅크먼트 공사, 1865 / ‘Construction of the Thames (Victoria) Embankment’, ILN (1865)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
강변에는 엠뱅크먼트(Embankment, 제방·도로·지하 배수·가스관·통신선 결합 공간)를 만든다.
제방 위는 도로와 산책로, 제방 속은 관로와 배선의 통로가 된다.
우수와 오수는 가급적 분리하고, 폭우 시 넘침을 안전하게 빼는 월류 구조를 둔다.
운영은 중력 흐름과 조석의 타이밍을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도면은 길었지만 취지는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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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뱅크먼트 단면—하수·가스·철도 배치, 1867 / ‘Section through the Victoria Embankment’ (1867)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
공사가 시작되자 일상이 다시 흔들렸다.
벽돌공과 인부가 골목을 막았고, 상점은 진동과 소음에 시달렸다.
마차는 우회했고, 배달은 늦었다.
보상 협의가 길어지면 욕설이 나왔고, 현장은 표지판을 더 세웠다.
그 사이에도 관로는 하루치씩 길어졌다.
토머스는 조판실 벽에 일정표를 붙였다.
“이번 주, 우리 골목 굴착.”
배달 동선이 바뀌었고, 구독자는 지각을 이해했다.
악취는 여전히 있었지만, 어떤 날은 약해졌고, 어떤 밤은 사라질 때도 있었다.
그는 그날의 조판을 마치고 손을 씻으며 말했다. “그래도 조금 나아졌어.”
앤은 가게 문을 다시 열었다.
강물 대신 펌프 물을 길어와 끓여 썼다.
빨래는 예전처럼 보풀이 일었고, 손님은 냄새 얘기를 덜 했다.
녀석의 우유는 다시 제때 올라왔다.
그녀는 장부 여백에 ‘오늘은 반품 없음’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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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비 밀스 펌핑 스테이션 외관 / Abbey Mills Pumping Station exterior Geograph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위키미디어 |
하류의 크로스니스(Crossness, 템스 남·동부 말단 펌프장)에서는 거대한 빔엔진이 왕복했다.
북쪽의 애비 밀스(Abbey Mills, 북·동부 말단 펌프장)도 함께 돌아갔다.
밤이면 플라이휠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졌다.
펌프가 멈추지 않는 한, 하수는 동쪽으로 이동했다.
강변의 방류 지점이 하나둘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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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스니스 펌프 시동(1865) / ‘Starting Sewer Pumps at Crossness’ (1865)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
문제도 생겼다.
폭우가 내리던 날, 낙엽과 흙이 임시 관로를 막았다.
월류가 제때 빠지지 않아 인도로 흙탕물이 솟구쳤다.
사진이 신문 1면을 채웠고, “공사 중단”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졌다.
회의실에서는 도면을 다시 펼쳤다.
바질제트와 기사들은 우수 배출 위치를 옮기고 여유 용량을 키웠다.
심야 보수조가 조립식 토관을 내려놓았고, 다음 날 그 구간은 버텼다.
현장은 수정과 보강을 반복했다.
예산은 늘었지만, 악취 신고는 줄었다.
도시는 작은 실패를 교훈으로 바꿨다.
강변 엠뱅크먼트가 모습을 갖췄다.
사람은 제방 위를 걷고, 하수는 제방 속을 흘렀다.
가스관과 통신선이 한 번에 정리되었고, 후일 지하철의 공간이 되었다.
해질 녘, 산책하는 가족이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비둘기를 쫓았다.
1866년, 동부 일부에서 콜레라가 다시 돌았다.
연결이 덜 된 구간이었다.
공사는 구간을 당겨 마무리했고, 그 뒤로 같은 지역의 유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사람들은 표를 보며 이해했다. “부분 보완으로는 부족했다.”
도시는 ‘전체 연결’의 의미를 체감했다.
완공이 가까워졌을 때, 하원은 더 이상 냄새 때문에 일정을 바꾸지 않았다.
창문은 열려 있었고, 염화석회 휘장은 치워졌다.
발언은 손수건 없이 이어졌고, 기록실 이관 계획은 보류됐다.
정치가 악취에 밀리던 장면은 사라졌다.
그해 여름의 기억은 다른 주제로 바뀌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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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스 엠뱅크먼트 전경(사료 사진) / Thames Embankment, historic photograph Wikimedia Commons (Library of Congress 소스),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
시민의 생활도 달라졌다.
빨래터는 다시 영업을 유지했고, 생선가게는 수조를 채웠다.
인쇄공은 반품 통계를 줄였고, 구독자는 신문을 펴도 코를 막지 않았다.
학교는 창문을 열고 수업을 했다.
강바람이 들어와 칠판 분필 가루를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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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스니스에서의 개통식(1865) / ‘Prince of Wales opening the Metropolitan Main-Drainage Works’ (1865)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
사람들은 그 과정을 거치며 보건과 위생의 구조를 배웠다.
냄새는 코로 느끼지만, 해결은 배수·분리·이송의 설계에서 나온다는 점을 이해했다.
의학 논쟁과 별개로, 오염원을 강에서 떼어내자 병이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쌓였다.
정책은 표결로 끝나지 않고 관로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도시는 표와 관, 법과 벽돌이 함께 움직일 때 바뀌었다.
토머스는 마지막 판을 조여 놓고 조판실을 나섰다.
바람은 강 쪽에서 불어왔지만 하루 종일 문을 닫아둘 필요는 없었다.
그는 가게 앞에서 동전을 세던 소년에게 물었다. “오늘 신문 냄새 어땠니.”
소년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제보다 괜찮아요.”
그 대답이면 충분했다.
앤은 저녁에 장부를 덮었다.
가게는 이번 주 내내 열었다.
손은 여전히 갈라져 있었지만 물집은 덜했다.
그녀는 아이에게 내일 소풍을 허락했다.
행선지는 새로 생긴 제방 산책로였다.
어느 날, 하류 펌핑 스테이션의 점검장이 공개되었다.
사람들은 거대한 빔과 플라이휠을 올려다보았다.
안내인은 설명을 짧게 했다. “이 장치들이 여러분의 집에서 나온 물을 동쪽으로 보냅니다.”
박수는 짧았지만 표정은 분명했다.
불편과 비용의 의미를 시민이 이해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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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프라이어스–웨스트민스터 구간 엠뱅크먼트 계획도 / Plan of the Thames Embankment (after Bazalgette)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위키미디어 |
이 사건은 영웅 이야기로 정리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시민과 공무원, 기사와 상인, 교사와 아이들이었다.
각자의 불편과 손해가 모여 의회가 움직였고, 결의가 관로로 내려갔다.
연결이 끊어졌을 때 냄새가 올라왔고, 연결을 회복하자 냄새가 내려갔다.
그 연속성이 도시의 수명이 되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원인은 인구 증가와 불완전한 배수 체계, 생활하수와 공장 폐수의 직투였다.
과정은 악취로 드러난 위기, 의회의 긴급 결의, 차단 하수관·펌핑 스테이션·엠뱅크먼트의 단계별 시공이었다.
해결은 하수를 강에서 분리하고 전체 네트워크를 연결한 뒤 시민 생활의 지표가 바뀐 사실에서 확인되었다.
결과로 보건 인식과 도시 계획의 우선순위가 조정되었다.
사람들은 냄새가 사라진 뒤에야 구조를 기억했다.
여파는 길었다.
제방은 산책로가 되었고, 지하는 도시의 또 다른 길이 되었다.
관로는 보이지 않지만, 고장 나면 곧바로 드러났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1858년을 떠올렸다.
도시는 냄새로 위기를 배우고, 관로로 해법을 유지했다.
이 글은 [기본 사료·논문·자료]를 바탕으로 하되,
독자의 몰입을 위해 장면·대사·심리 묘사를 소설적으로 각색했습니다.
연대기적 강의가 아닌 재구성 서사이며, 불확실한 대목은 (전승),
해석이 갈리는 부분은 (논쟁), 어원 설명은 (어원)으로 표기했습니다.
등장 인물·지명·용어는 첫 등장 시 괄호로 간단히 표기했습니다.
Summer 1858, London stank: the Thames barely moved; shops shut, printers and laundresses lost income, and MPs worked behind chloride-soaked curtains.
Parliament approved a structural fix—MBW and Joseph Bazalgette’s intercepting sewers, the Abbey Mills and Crossness pumps, and the Thames Embankment.
Floods, costs, and a 1866 cholera flare in unfinished east London tested it, but once linked, the smell ebbed and people learned that sanitation and urban design are public surv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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