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세기 미국의 신문 기사, 회고록, 인쇄물과 당시 대중 오락 자료를 바탕으로 하되,
독자의 몰입을 위해 장면·대사·심리 묘사를 소설적으로 각색했습니다.
연대기적 강의가 아닌 재구성 서사이며, 불확실한 대목은 (전승),
해석이 갈리는 부분은 (논쟁), 어원 설명은 (어원)으로 표기합니다.
등장 인물·지명·용어는 첫 등장 시 괄호로 간단 표기합니다.
1835년 8월, 뉴욕 브로드웨이와 프린스 스트리트 모퉁이에 아침 안개가 걷히자
소년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선! 선! 달에서 하늘 박쥐가 날아요!”
한 장 한 장 넘겨지는 1센트 신문 더 선(The Sun, 페니 프레스)의 활자는 아직 잉크 냄새가 났고,
제본도 되지 않은 그 얇은 묶음이 거리의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끌어당겼다.
사람들은 첫 기사에서 남반구 희망봉(케이프타운)의 별빛 아래
거대한 망원경이 달의 바위틈을 꿰뚫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사파이어 창문이 달 평원에 박혀 있고, 두 발로 걷는 비버가 댐을 놓는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다음 날, 연재는 계속되었다.
여섯 편으로 이어진 연재는 목격담을 늘려가며 마지막에 날개 달린 사람들을 등장시켰다.
신문은 그들을 “베스페릴리오-호모(Vespertilio-homo, 박쥐-인간)”라고 불렀다.
도시의 낮이 잠깐 멈췄다.
사람들은 신문을 위로 들어 올리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걸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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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의 박쥐 인간과 상상 동물들 / Lunar ‘man-bats’ and other imagined animals Library of Congress, LC-DIG-pga-02667 · No known restrictions(퍼블릭 도메인). The Library of Co |
편집실 2층에서 벤저민 데이(더 선 창업자)는 배달 시간표를 재확인했다.
요 며칠 사이 배달 수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었고, 인쇄공은 활자를 다시 배열해야 했다.
“오늘도 만(萬) 부 이상이야.”
젊은 기자가 숫자를 적으며 말했다.
“이런 속도로라면 뉴욕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이 되겠죠.”
벤저민은 짧게 대답했다.
“그럼 그다음 문장을 더 정확하게 써.”
그의 눈은 창밖을 향했다.
시청 공원(City Hall Park) 근처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누군가가 신문을 큰 소리로 읽어 주고, 다른 누군가가 “그럼 천문학은 다 틀렸다는 건가” 하고 묻는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보다 먼저 팔리는 것은 장면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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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시청·파크 로우 1830 / New York City Hall & Park Row, 1830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공용 |
기사의 출처는 번듯했다.
“에든버러 과학지(Edinburgh Journal of Science)에 실린
존 허셜 경(Sir John Herschel, 천문학자)의 최신 관측 보고.”
빌딩 앞에서 안경 장수가 중얼거렸다.
“허셜 경이면 믿을 만하지.”
그러나 몇몇 과학자와 인쇄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잡지는 이미 폐간되었다는 소문이 있었고, 기사에 등장하는 ‘수소-산소 현미경(hydro-oxygen microscope)’은 설명이 늘어질수록 불가능한 장치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틀 동안은 의심보다 호기심이 컸다.
“봐요, 사원 같은 ‘크리스털 궁전’이 있다잖아요.”
상점 주인이 아내에게 신문을 건넸다.
“달에 성직자들이 산다면, 설교는 언제 하나.”
사람들은 농담을 섞었고, 농담은 곧 믿음을 닮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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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색 달 생명체 도판 / Hand-tinted plate of lunar creatures (Italian edition, 1836) Smithsonian Libraries & Archives Image Gallery · CC0(퍼블릭 도메인). Smithsonian Libra |
셋째 날 밤, 편집실에 리처드 애덤스 록(익명의 필자, (논쟁) 당시엔 필명·공동 작업설도 떠돌았다)이 타자 대신 깃펜으로 문장을 다듬고 있었다.
그는 기사 속 ‘발견’을 마치 현장에서 속기한 기록처럼 배열했다.
“달의 해변에는 거대한 자주색 초원이 펼쳐지고,
그 곁에서 박쥐-인간들이 맨드레이크 비슷한 열매를 나눠 먹는다.”
문장을 지우개로 지웠다가 다시 적는 동안, 그는 스스로에게도 물었다.
“사람들은 어디까지 보고 싶어 할까.”
그가 아는 것은 단 하나였다.
보이고 싶은 것이 보이는 것을 앞서간다는 사실.
그는 문장을 길게 늘이지 않았다.
숫자와 측정, 장소를 박아 넣어 ‘과학 보고서의 리듬’을 흉내 냈다.
그 시간, 시청 공원에서는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졌다.
한쪽 벤치에서 누군가 신문을 읽으면, 반대쪽에서 다른 누군가가 목소리를 더 높였다.
부두 노동자와 변호사 지망생, 바느질하던 모자장수와 시골에서 올라온 장사꾼이 같은 문장에 웃고 같은 문장에 놀랐다.
1센트의 가격은 그들을 같은 독자로 묶어 주었고, 더 선은 그들을 하나의 도시로 묶었다.
“이게 진짜라면, 신의 창조는 어떻게 되는가.”
휘장 장수 노인은 표정을 굳혔다.
“진짜든 가짜든, 사람들은 내일도 이걸 산다.”
소년이 신문 묶음을 더 안아 올리며 말했다.
그의 팔은 잉크 냄새로 얼룩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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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훅스』 1859 재간본 표지 / 1859 reprint cover/title of ‘The Moon Hoax Smithsonian Libraries & Archives · CC0. Smithsonian Librar |
넷째 날이 되자 경쟁지 기자들이 편집실 뒷문으로 찾아왔다.
“원문을 보여 달라.”
“재인쇄를 준비 중이다.”
“그 잡지는 벌써 쉬고 있지 않나.”
질문이 오갈수록 출처의 빈틈이 드러났다.
편집실의 공기가 묘하게 가벼워졌다.
누구도 정면으로 ‘가짜’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도 끝까지 진짜라고 버티지는 않았다.
그 주의 마지막 연재가 나가던 날,
편집실 아래층 인쇄실에서는 식자工이 활자를 재빨리 뽑으며 속삭였다.
“이 도시는 이제 달을 한 번 본 걸로 족하지 않겠지.”
누군가가 대답했다.
“한 번 본 사람은 두 번도 보고 싶어 하니까.”
연재가 끝나자 도시 전체가 한 장면처럼 움직였다.
시청 공원에는 망원경 장수가 나타나 “달의 사파이어를 직접 보라”고 외쳤고(전승),
극장 업자는 달 풍경 디오라마를 걸고 입장료를 받았다(전승).
거리의 강연가들은 “우리가 본 것을 믿으라”며 허공을 가리켰고, 목사들과 성직자들은 주말 설교에서 “믿음은 확인으로 완성된다”는 문장을 덧붙였다.
더 선의 판매 부수는 눈에 띄게 뛰었다.
정확한 숫자는 신문마다 달랐지만,
이 사건이 뉴욕 첫 대중지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는 평은 흔들리지 않았다.
신문이 만든 현대형 ‘바이럴’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더딘 속도로 반격을 시작했다.
뉴욕의 젊은 천문학 강사가 해부하듯 글을 써서 질문을 던졌다.
“망원경이 달의 사원을 본다면, 왜 별의 크기와 색에 대해선 일관된 기술이 없나.”
“현미경이라는 단어를 왜 광학 투영 장치처럼 사용하나.”
“허셜 경의 보조 ‘앤드루 그랜트’라는 인물은 어디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 세 문장은 시끄러운 시장 소음 사이를 뚫고 들어가 의심의 구멍을 만들었다.
의심은 물을 만난 것처럼 번져 갔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농담이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사람들이 보고 싶던 우주를 보여 준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식 사과는 어디에도 없었다(논쟁).
사람들은 서서히 결론을 알면서도 신문을 접지 않았다.
웃는 얼굴로 “그래도 재미있지 않았나” 하고 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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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미소니언의 달 기사 해설 이미지 / Smithsonian write-up with Italian lithograph excerpt Smithsonian Magazine 온라인—설명·보도 이미지. Smithsonian Ma |
며칠 뒤, 한 책방에서는 연재를 모은 팸플릿이 쌓여 팔리기 시작했다.
표지에는 달 풍경을 그린 목판화가 붙었다.
연재 원문에는 없던 세부들이 그림으로 보태졌고, 사람들은 그 그림 앞에서 아이처럼 서 있었다.
“여기, 날개 사람이 기둥 사이로 날아.”
“저기, 비버가 댐을 만들어.”
그림은 이야기를 다시 현실로 끌어당겼다.
한 소년이 동전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물었다.
“이건 진짜인가요.”
책방 주인이 잠깐 미소를 지었다.
“진짜로 팔렸다는 건 확실하지.”
밤이 되면, 브로드웨이 가스등이 길게 그림자를 만들었다.
벤저민 데이는 창문을 닫고 마지막 수표를 정리했다.
기자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가 아주 엉터리를 쓴 건가요.”
그는 잠시 생각했다가 답했다.
“우리가 쓴 건, 사람들이 믿고 싶은 우주였지.”
그 말은 정답도 사과도 아니었다.
그러나 신문은 그날도 팔렸고, 다음 날도 팔렸다.
페니 프레스의 비밀은 간단했다.
사실을 먼저 팔지 않는다.
관심을 먼저 판다.
그 관심이 모여 현실의 힘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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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선 신문팔이 소년 / The Sun newsboy hawking ‘Great Moon Hoax’ Wikimedia Commons ·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공용 |
도시의 반대편, 허름한 하숙방에서 록은 깃펜을 씻다가 멈췄다.
창밖으로 소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 달 기사, 전편 수록!”
그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자신이 허구를 썼다는 자의식과 사람들이 그 허구를 통해
각자의 진실을 확인하고 있다는 상황이 묘하게 얽혔다.
그는 탁자 위에 신문을 눕히고 중얼거렸다.
“다음엔 무엇을 보여 줘야 하지.”
대답은 없었다.
대신 새로운 경쟁지가 창간되며 더 자극적인 제목을 달기 시작했다.
뉴욕의 언론 전쟁은 이제 막 시작이었다.
사건의 여파는 오래갔다.
도시의 강연장에는 달 이야기를 ‘해부’해 주는 과학 강좌가 늘었고,
신문은 이후에도 때때로 고래, 인어, 신비의 여인 같은 제목으로 독자를 시험했다.
P.T. 바넘이 몇 년 뒤 ‘피지 인어’를 들고 등장했을 때, 관객들은 이미 ‘보기 전엔 믿지 말라’는 교훈과 ‘하지만 보고 싶다’는 욕망을 동시에 가진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달 기사는 과학과 환상, 신문과 오락이 만나는 경계에 줄을 쳤고, 그 위를 걷는 법을 도시에 가르쳤다.
사람들은 그 줄 위에서 가끔 떨어졌고, 그럼에도 다시 올라갔다.
떨어지는 장면마저 흥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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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허셜 초상 / Sir John Herschel, portrait (Julia Margaret Cameron, 1867) The Met Open Access/Commons, Public Domain/CC0 표기. The Metropolita |
시간이 흘러 존 허셜의 반응에 대한 전언도 남았다.
처음에는 불쾌했다가, 나중에는 민망한 농담 정도로 치부했다는 이야기(전승).
그의 진짜 연구는 남반구의 별자리와 성운의 기록이었고, 그는 거짓 뉴스의 주연이 된 적이 없다.
그러나 도시가 기억한 이름은 과학자보다 신문의 이름이었다.
더 선.
그 짧은 단어가 붙은 종이 묶음은, 그해 여름에 “뉴스는 한 장면”이라는 법칙을 명확히 보여 주었다.
이야기의 핵심은 간단하다.
사람들은 우주를 보고 싶어 했고, 신문은 우주를 보게 만드는 문장을 팔았다.
도시는 그 문장으로 하나의 극장이 되었고, 증거 없는 묘사는 확신의 속도를 이기지 못했다.
의심은 뒤늦게 따라왔고, 정정은 흐릿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새로운 독자를 만들었다.
값싼 종이, 짧은 문장, 강한 장면, 그리고 공유되는 감탄사.
이 네 가지는 19세기 뉴욕의 거리에서 서로를 찾아 붙었고,
이후의 시대가 바이럴이라 부르게 될 방식을 미리 연습했다.
마지막 밤, 시청 공원을 지나던 소년이 사다리꼴로 접힌 신문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내일은 또 뭐가 달에서 날까요.”
옆에서 걷던 친구가 어깨를 으쓱했다.
“몰라.
하지만 우린 살 거야.”
그들의 발걸음 뒤로 가스등이 길게 흔들렸다.
도시는 이미 밤하늘의 빈칸을 읽는 법을 배웠고, 그 빈칸에 무엇이든 잠시 살아보게 하는 법도 배웠다.
신문은 그 빈칸을 매일 새로 팔았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 빈칸에서 매일 새로 놀랐다.
(논쟁) 연재의 필자 리처드 애덤스 록의 단독 저술 여부, 더 선의 공식 정정·사과의 정도, 정확한 판매 부수 증가 폭은 자료마다 차이가 있어 이 글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결론만 반영했습니다.
(어원) 페니 프레스(Penny Press)는 1센트 신문을 뜻하며, 값싼 가격과 거리 판매, 대중 오락 지향의 편집 전략을 묶어 부르는 용어입니다.
New York, 1835: penny paper The Sun runs a six-part “Moon” series, claiming astronomer John Herschel saw lunar temples, beavers, and bat-winged people.
Crowds gather to hear it read; sales erupt; telescopes and dioramas cash in.
Scientists soon expose flaws—the source journal was defunct, the “hydro-oxygen microscope” absurd—yet no firm retraction comes.
Pamphlets still sell.
The Great Moon Hoax showed cheap news could sell scenes before facts, foreshadowing viral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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