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USGA 자료·뉴요커 아카이브·대회 기록』을 바탕으로 하되,
독자의 몰입을 위해 장면·대사·심리 묘사를 소설적으로 각색했습니다.
연대기적 강의가 아닌 재구성 서사이며, 불확실한 대목은 (전승), 해석이 갈리는 부분은 (논쟁),
어원 설명은 (어원)으로 표기했습니다.
등장 인물·지명·용어는 첫 등장 시 괄호로 간단히 설명합니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영화 〈The Greatest Game Ever Played〉(2005)로도 각색되었지만,
여기서는 사료 중심으로 따라갑니다.
안개가 낮게 깔린 아침,
더 컨트리 클럽(The Country Club, 브루클린) 연습그린에서 얇은 김이 올랐다.
아마추어 프랜시스 위밋(Francis Ouimet, 미국 아마추어 골퍼)은
모자를 눌러쓰고 퍼터의 그립을 조금 더 아래로 잡았다.
옆에는 작은 캐디가 가방을 들고 섰다.
에디 라워리(Eddie Lowery, 당시 10세 캐디)였다.
“바람은 오른쪽에서.”
소년이 속삭였다.
위밋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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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랜시스 위밋 초상, 1913 (Francis Ouimet head portrait, 1913)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위키백과 | 
그해 1913년, 미국 골프는 아직 영국의 그늘에 있었다.
해리 배든(Harry Vardon, 브리티시 오픈 다관왕·1900년 US오픈 우승)과
테드 레이(Ted Ray, 1912 브리티시 오픈 우승)가 대서양을 건너와 타이틀 탈환을 노리던 해였다.
관중의 시선은 대부분 두 거장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무명에 가까운 동네 청년’ 위밋은 과연 긴장에 무너지지 않을까, 그런 표정들이었다.
위밋은 이 클럽에서 어린 시절 캐디로 자랐다.
낮에는 주머니에 티와 연필을 넣고 뛰었고, 밤에는 알고 있던 스윙을 모조리 다시 떠올리며 누웠다.
봄과 여름, 그는 퍼블릭과 사설 코스를 오가며 스트로크를 다듬었다.
스물 살이 되던 해, 주(州) 아마추어를 제패했고 가을에는 US 아마추어에서도 라운드를 거듭했다.
“프로가 될 생각은 없습니까.”
주변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마추어로 남겠습니다.”
첫 이틀 동안 대회장은 비와 바람에 시달렸다.
페어웨이는 젖어 있었고, 러프는 공을 금방 삼켰다.
그러나 관중은 더 늘어났다.
마을 소년이 거장 둘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번졌다.
72홀을 마쳤을 때 스코어보드는 세 이름을 같은 줄에 올려놓았다.
위밋, 배든, 레이가 304타로 동타였다.
월요일, 18홀 플레이오프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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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오프 직후 프랜시스 위밋(중앙), 해리 바든(좌), 테드 레이(우) (Ouimet with Harry Vardon & Ted Ray after playoff, 1913)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공용 | 
플레이오프 아침, 라워리는 캐디백을 조금 더 올려 잡았다.
“긴 호흡으로 갑시다.”
전반 9홀을 마쳤을 때 셋은 이븐파 38로 여전히 동률이었다.
후반으로 들어서며 공기는 차분해졌고, 위밋의 보폭도 조용히 커졌다.
그는 보기 하나 없이 34타로 뒷나인을 마쳤다.
합계 72.
배든은 77, 레이는 78에 그쳤다.
우승은 위밋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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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랜시스 위밋과 캐디 에디 로우리, 1913 U.S. 오픈 우승 장면 (Francis Ouimet & caddie Eddie Lowery carried by crowd, 1913)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공용 | 
결승 그린에서 모자가 하늘로 던져졌다.
소년 캐디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기자들의 원고지에는 ‘상상을 깨는 승리’ ‘미국 골프의 전환’ 같은 제목이 올라갔다.
영국 강타자들을 꺾은 아마추어의 우승은 한편의 의식처럼 받아들여졌다.
라디오와 신문은 그의 이름을 반복했고, 골프는 더 이상 클럽 하우스의 취미가 아니게 되었다.
이 승리는 단발의 순간이 아니라 ‘운동’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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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3 U.S. 오픈 1·2라운드 신문 기사 (1913 newspaper coverage of the U.S. Open)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공용 | 
위밋은 그날 이후 미국의 첫 ‘골프 영웅’으로 불렸다.
USGA 박물관 로비에는 그의 메달과 퍼터, 그리고 라워리의 작은 모자가 전시되었다.
전시 제목은 ‘America’s First Golf Hero’.
사진과 필름, 관중의 물결이 담긴 유리 케이스가 복도를 채운다.
브루클린에서 시작한 이름이 미국 전역의 소년·소녀에게 닿았다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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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윙 중인 프랜시스 위밋 (Francis Ouimet swinging a golf club) Library of Congress via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공용 | 
물론 몇 가지는 시간이 흐르며 전설이 되었다.
영화는 극적 구성을 위해 몇 장면을 다듬었고,
테드 레이의 성격 묘사 같은 부분은 실제와 다르다는 비평도 뒤따랐다(논쟁).
하지만 기록으로 남아 있는 사실.
아마추어 위밋이 배든과 레이를 상대로 플레이오프 72타를 쳐서 우승했다는것은 사실.
그 장면의 힘이 컸기에, 50주년과 75주년, 100주년의 기념 행사가 같은 코스에서 이어졌고,
대회는 세대마다 그 승리를 다시 소환했다.
그날의 우승은 규정과 정신의 교차점에서도 오래 회자됐다.
동타라면 18홀 플레이오프라는 당시의 룰은 승부를 더 공정하게 보이게 했고,
아마추어리즘의 가치는 신문 칼럼에서 미학처럼 다뤄졌다.
위밋은 이후에도 아마추어로 남았고, US 아마추어 타이틀을 거두며 ‘돈이 아닌 명예’의 언어를 지켜냈다.
미국 골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이 승부와 겹친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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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컨트리 클럽(브루클라인) 락커 빌딩 (Locker Building, The Country Club, Brookline)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공용 | 
클럽 하우스의 유리창 너머, 늦은 오후의 햇살이 페어웨이를 금빛으로 바꿨다.
배든은 모자를 벗어 가슴에 얹었고, 레이는 조용히 박수를 보냈다.
패배를 품는 예의가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아 나갔다.
소년 캐디는 발끝으로 껑충 뛰었다.
위밋은 모자챙을 만지며 관중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날의 환호가 다음 세대의 티샷으로 이어질 것을,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밤이 내리고, 브루클린의 골목은 조용해졌다.
누군가는 다음 날 신문을 오려 스크랩북에 붙였다.
누군가는 아이의 손을 잡고 근처 퍼블릭 코스로 걸어갔다.
그때부터 골프는 ‘그들만의 경기’가 아니게 되었다.
한 아마추어의 정교한 하루가, 한 나라의 주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At the 1913 U.S. Open at The Country Club (Brookline),
little-known amateur Francis Ouimet—teamed with 10-year-old caddie Eddie Lowery—tied British greats Harry Vardon and Ted Ray at 304, forcing an 18-hole playoff. In wind and wet rough, Ouimet’s calm, bogey-free back nine (34) sealed a 72 to their 77 and 78.
The upset birthed America’s first golf hero, sped the sport’s popularization, and upheld amateur ideals. Later filmed as The Greatest Game Ever Played, the core facts 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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