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기원: 그림에서 알파벳, 무역에서 언어까지 (Origins of English)




 이 글은 『앵글로색슨 연대기』, 『노르만 정복사』 등 역사 자료를 참고하였으나,

독자의 몰입을 위해 문학적 상상과 서사적 각색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그대로의 연대기가 아닌, 드라마와 긴장감을 살린 소설체 서술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사람은 처음 말을 기록하고 싶을 때 그림을 그렸다.

태양은 원으로, 물은 물결로, 새는 날개로 표현되었다.

이것이 바로 문자였다.


무역을 하던 페니키아 상인은 두루마리 위에 단순한 그림을 남겼다.

그는 소머리 모양을 그리고, 이를 ‘알렙’이라 불렀다.

그 소리는 “아”였다.

그 물결 모양은 ‘멤’이라 불렸고, 그것은 “므”의 소리를 가졌다.

그림은 점차 단순해졌고, 이제 더 이상 그림이 아니라 소리를 담는 기호가 되었다.

그것이 알파벳의 시작이었다.


그리스인들은 페니키아인의 문자를 받아들이며 모음을 더했다.

알렙은 알파가 되었고, 멤은 뮤가 되었다.

그리고 라틴인들은 그리스 문자를 다듬어 자신들의 라틴 알파벳을 만들었다.

로마의 군단이 행진할 때, 깃발에는 라틴 알파벳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알파벳은 제국의 상징이었다.


시간은 흘러, 라틴 알파벳은 북쪽 바다를 건너 브리튼 섬에 닿았다.

그러나 그곳의 사람들은 여전히 켈트어를 쓰고 있었고, 문자는 일부 성직자와 관리들만이 아는 것이었다.

언어는 여전히 섬의 것이었으나, 문자는 외부에서 왔다.




무역은 언어를 조금씩 흔들었다.

라틴 상인은 브리튼의 시장에서 라틴어와 켈트어를 섞어 흥정을 했고, 

게르만 상인은 북쪽에서 와 물건을 팔며 자신들의 말씨를 남겼다.

사람들은 알지 못했으나, 언어의 씨앗은 이미 흩뿌려지고 있었다.


서기 5세기. 로마가 떠난 뒤 섬은 공허했다.

그리고 그 틈으로 앵글과 색슨, 유트족의 배가 몰려왔다.

북해의 거센 바람 속에서 전사들은 외쳤다.

“Wi sind Angeln! Wi sind Seaxan!”

우리는 앵글인이며, 우리는 색슨인이다.


그들이 가져온 언어가 섬의 일상이 되었다.

라틴 문자가 성직자의 손끝에서 그들의 언어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거칠고 힘찬 발음, 굳센 자음과 낯선 굴절.

사람들은 처음엔 이방인의 말이라 했으나, 곧 스스로 그 말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영어, Old English였다.


바이킹이 쳐들어왔을 때, 그들은 노르드어를 던졌다.

하늘, 법, 창문, 달걀.

짧고 실용적인 단어들이 섬의 언어에 스며들었다.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싸웠으나, 단어는 싸우지 않았다.

그들은 단어를 빼앗지 않고 받아들였다.


1066년, 노르만디의 말발굽 소리가 섬을 흔들었다.

귀족들은 프랑스어로 법을 쓰고, 교회는 여전히 라틴어로 설교했다.

그러나 들판의 농부는 여전히 Old English를 썼다.

세 개의 언어가 부딪히며 융합했다.

그리고 Middle English가 태어났다.

초서가 읊조린 『켄터베리 이야기』는 그 새로운 언어의 노래였다.


시간이 흘러 셰익스피어가 런던 무대에 섰다.

그의 입술은 Early Modern English를 쏟아냈다.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

언어는 이제 문학의 무대에서 춤을 췄다.

그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고, 기존의 말을 새롭게 썼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lonely, hurry, majestic 같은 단어가 그의 펜 끝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영국의 배가 대양을 가르며 나아갔다.

인도에서 shampoo, 아메리카에서 tomato, 말레이에서 amok.

무역과 정복은 언어를 끊임없이 넓혔다.

영어는 더 이상 섬의 언어가 아니었다.

세계의 언어가 되었다.


산업혁명은 과학과 기술을 영어로 기록하게 만들었다.

20세기, 미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자 영어는 Global English가 되었다.

헐리우드의 스크린, 라디오의 음악, 인터넷의 코드.

모두 영어의 이름으로 퍼져나갔다.




돌이켜보면 영어는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림에서 출발한 문자와, 무역에서 시작된 말과, 정복에서 굳어진 피와,

수많은 언어의 기억이 쌓여 만들어진 혼혈의 언어였다.


오늘 우리가 쓰는 단순한 한 마디 “Hello” 안에는

수천 년 전 페니키아 상인의 그림,

게르만 전사의 외침,

바이킹의 단어,

노르만 귀족의 언어,

셰익스피어의 시어가 함께 살아 있다.


영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그려온 그림이며, 바다이며, 정복이며, 그리고 시간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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