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으나,
독자의 몰입을 위해 문학적 상상과 소설적 각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그대로의 역사서가 아니라, 흥미와 긴장감을 살린 서술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작은 불꽃은 한 시장가의 가게에서 시작되었다.
기원후 64년, 7월의 뜨거운 여름밤.
그 불씨는 처음에는 하찮아 보였다.
그러나 곧 바람이 골목을 타고 불어오자 불길은 인술라(서민 아파트)의 목재 발코니로 옮겨붙었다.
나무 계단이 불길에 삼켜지며 삽시간에 붉게 타올랐다.
순간 도시 전체가 불쏘시개처럼 변해버렸다.
로마의 골목은 좁고 뒤엉켜 있었다.
가게와 주택이 서로 맞닿아 있었고, 목재 지붕 위에는 천과 기름, 곡물 자루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인술라(서민 아파트)는 벽돌로 지어진 아래층 위에 목재 상층을 얹어놓은 구조였는데,
위로 갈수록 불안정했고 불에 취약했다.
도무스(상류층 저택)조차도 내부는 나무 기둥과 가구로 가득했다.
불길은 벽돌을 뚫지 못했지만, 목재를 타고 천장과 지붕을 무너뜨렸다.
“물이 부족하다!”
“신들이 분노하셨다!”
거리에는 울부짖음이 가득했다.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불길을 뚫고 달렸고,
노인은 자신의 전 재산이 담긴 상자를 끌어안고 쓰러졌다.
노예들은 주인을 버리고 제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달아났고,
짐승들은 불타는 마굿간에서 튀어나와 비명을 질렀다.
그날 로마는 지옥이었다.
불길은 멈추지 않았다.
대들보가 무너지는 소리는 천둥 같았다.
기와가 산산조각 나며 쏟아지고, 타오른 목재가 폭발하듯 부서졌다.
사람들은 연기 속에서 서로를 밀치고 넘어뜨리며 도망쳤다.
연기는 하늘을 덮었고, 낮은 밤처럼 어두워졌다.
거대한 제국의 수도는 이제 거대한 횃불이 되어 타오르고 있었다.
로마의 14개 구역 중 10개가 피해를 입었고, 그중 절반은 완전히 사라졌다.
시민들은 잿더미 위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울부짖음, 집과 상점을 잃은 상인의 절망, 신들에게 저주를 퍼붓는 노인의 목소리.
불길은 단순히 건물을 태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희망을 집어삼켰다.
네로(로마 제국 황제)는 뒤늦게 등장했다.
그가 실제로 화재 당시 로마에 없었는지,
혹은 불타는 도시를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는지는 지금도 논쟁이다.
그러나 불길이 남긴 상처 위에서 사람들은 그를 의심했고, 그의 이름은 화염과 함께 기억되었다.
“네로가 불을 질렀다.”
그 속삭임은 불길보다 빠르게 퍼졌다.
로마 대화재는 단순한 화재가 아니었다.
제국의 심장을 파괴한 재앙이었다.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 년 동안 쌓아온 건축과 문화가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로 변했다.
그리고 그 불길은 인간의 도시가 얼마나 나약한지,
황제와 신조차도 막을 수 없는 재앙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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