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문화가 만든 표준어: ‘김치’ 명칭의 어원과 역사적 변화 (The History of Kimchi)


'김치' 명칭의 어원과 역사적 변천 과정에 대한 고찰


1. 김치 명칭 연구의 의의와 접근법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음식으로, 그 독특한 맛과 영양학적 가치를 넘어 한국인의 정서와 삶을 담고 있는 문화적 매체이다. 

특히 2013년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이러한 김치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공인한 사건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음식 자체로서의 ‘김치’가 아니라 공동체적 행위인 ‘김장 문화’라는 사실이다. 

이는 김치가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한국의 공동체 문화와 정서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매개체임을 의미하며, 그 이름의 역사를 탐구하는 일에 깊은 문화사적 의의를 부여한다.


본 글은 김치 명칭의 어원과 그 역사적 변천 과정을 문헌 자료와 방언 연구를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김치의 명칭은 크게 두 가지 계통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소금이나 장에 절인 채소를 포괄하는 초기 형태의 명칭인 '지(디히)' 계통이며, 둘째는 현대 '김치'의 직접적인 어원이 되는 '딤채' 계통이다.

이 두 가지 명칭의 계통을 중심으로, 각각의 명칭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시점부터 음운 변화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면밀히 추적할 것이다. 

또한, 명칭의 변화가 17~18세기 고춧가루와 젓갈의 도입과 같은 조리법의 혁신과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분석하여, 언어와 음식 문화가 맺는 유기적 관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어원 탐구는 단순히 한 단어의 역사를 밝히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식재료의 수용과 조리법의 발전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해 온 한국의 고유한 언어와 음식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배추 김치


2. '지(디히)' 계통: 절임 채소의 초기 명칭 분석

김치의 명칭을 역사적으로 추적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형태는 '지(디히)' 계통이다. 

이 장에서는 김치의 초기 형태를 지칭했던 '지(디히)'의 어원과 그 의미 범주를 문헌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 

이 명칭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고춧가루와 젓갈로 양념한 발효 김치와는 달리, 소금에 절인 '짠지'나 간장 등에 담근 '장아찌'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절임 채소'를 가리키는 상위어였다.

우리나라 문헌에서 김치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 시대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려사>(1451) 에 기록된 '저(菹)' 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1241) 에 등장하는 '지염(漬鹽)' 이 그것으로, 두 단어 모두 '소금에 절인 채소'를 의미한다. 


특히 이규보는 그의 시에서 무를 소재로 “장을 곁들이면 한여름에 먹기 좋고[得醬尤宜三夏食] 소금에 절이면 긴 겨울을 넘긴다[漬鹽堪備九冬支].”라고 읊었다. 


이 구절은 당시 '지' 계통의 음식이 계절에 따라 장을 이용한 '장아찌'와 소금을 이용한 '짠지'라는 두 가지 형태로 존재했으며, 주된 목적이 채소의 장기 보존이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5세기부터 18세기 문헌에서는 '디히'라는 형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그 용례를 통해 당시 '디히'가 다양한 방식의 절임 채소를 아울렀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외디히': 오이를 절여 만든 김치로, 소금에 절인 '짠지'류를 가리킨다.

• '쟝지이', '쟝앳디히': 간장(쟝)이나 장(醬)에 절인 김치를 의미하며, 현대의 '장아찌'에 해당한다.


이처럼 '디히'는 소금 절임과 장 절임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18세기에 이르러 명칭의 분화가 시작되는 중요한 단서가 발견된다. 

<을병연행록>(1765) 에는 '배추로 만든 침채' 와 '무우쟝지이(무장아찌)' 가 명확히 구분되어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은 단순한 어휘의 차이를 넘어, 18세기 한국인의 식문화 속에서 새로운 요리 범주가 탄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언어학적 증거다.


결론적으로 '지(디히)' 계통은 보존의 시대를 대표하는 김치의 원형적 명칭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조리법의 등장은 '지'를 점차 '장아찌'와 '짠지'라는 하위 개념으로 분화시켰고, 그 자리를 또 다른 계통의 명칭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3. '딤채' 계통: 현대 '김치'의 직접적 어원 탐구

'지' 계통이 채소 보존의 시대를 대표했다면, '딤채' 계통의 등장은 발효와 복합적 풍미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현대 우리가 사용하는 '김치'라는 명칭의 직접적인 기원은 바로 이 '딤채' 계통에서 찾을 수 있다. 

'딤채'는 '채소를 (소금물에) 담그다'라는 의미를 지닌 한자어 '침채(沈菜)' 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는 '지(디히)' 계통이 지닌 단순 절임의 의미보다 한 단계 발전된 개념을 내포한다.


'딤채'라는 명칭이 최초로 등장한 문헌은 최세진이 1527년에 편찬한 한자 학습서인 <훈몽자회(訓蒙字會)> 이다. 

이 책에서는 절임 채소를 의미하는 한자 '저(菹)'의 훈을 '딤 조' 라고 기록하고 있어, 16세기 초 이미 '딤채'라는 명칭이 통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딤채'는 이후 약 400년에 걸쳐 다음과 같은 단계적인 음운 변화를 겪으며 현대의 '김치'로 발전했다.

1. 딤채(Dimchae) → 짐채(Jimchae): ‘딤’의 ‘ㄷ’이 고모음 ‘ㅣ’의 영향을 받아 파찰음화되면서 ‘짐’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17세기 문헌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진주하씨묘》와 《현풍곽씨》의 언간에서는 ‘짐’이라는 표기가 나타나며, 19세기 《추사》 언간에서도 동일한 용례가 발견된다. 

이는 구어를 중심으로 ‘딤채’가 ‘짐채’로 변화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짐채(Jimchae) → 김채(Gimchae) → 김치(Kimchi):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짐채’는 여러 음운·어휘적 변화를 거쳐 오늘날의 ‘김치’ 형태로 정착한다. 

먼저 어두 자음이 ‘짐채’에서 ‘김채’로 교체되는 양상이 나타나며, 이후 ‘채’가 구개음화 과정을 거쳐 ‘치’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김츼’와 같은 중간형이 확인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1847년에 작성된 《김성일가》 언간에서 확인된다. 

이 문헌에는 현대 국어와 동일한 형태인 ‘김치’가 기록되어 있으며, ‘김장’에 해당하는 ‘김댱’이라는 표기도 함께 나타난다. 

이를 통해 19세기 중반 이미 ‘김치’라는 명칭이 구어에서 정착 단계에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한편, 19세기 문헌에서는 '침채(Chimchae)' 라는 별도의 형태도 공존했다. 

이는 '딤채'의 '딤'이 원어인 한자 '침(沈)'의 발음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추사 김정희와 같이 한자에 대한 어원 의식이 강했던 지식인 계층에서는 한자 본래의 음을 의식적으로 반영한 '침채'라는 표기를 사용했다. 

그러나 그의 용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추사는 편지를 받는 상대방에 따라 구어 형태인 '짐채'를 함께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한 개인의 언어생활 속에서도 학술적, 어원 의식적 형태와 대중적인 구어 형태가 공존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이다.


결론적으로, '딤채' 계통의 명칭은 '딤채 → 짐채 → 김치'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음운 변화를 겪으며 현대 '김치'의 명칭을 확립했다. 

이러한 명칭의 변화는 단순히 소리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김치의 조리법이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과정과 맞물려 진행되었다.


4. 조리법의 혁신: 젓갈과 고춧가루가 명칭에 미친 영향

'김치'라는 명칭이 '지(디히)'를 대체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조리법의 혁신적인 발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장에서는 17~18세기를 기점으로 한 젓갈과 고춧가루의 도입이 김치의 정체성을 어떻게 바꾸고, '김치'라는 명칭의 의미와 위상을 재정립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초기 김치가 소금이나 장에 절이는 단순한 '염지(鹽漬)' 또는 '장지(醬漬)' 형태였던 것과 달리, 새로운 재료의 등장은 김치를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발효과학의 산물로 변모시켰다.


고춧가루의 도입: 맛과 색의 혁명

고추가 한반도에 전래된 시점은 17세기 초로 추정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1614) 에는 고추가 '왜개자(倭芥子)' 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당시에는 김치에 사용되지 않았다. 

고추가 기록에 등장한다고 해서 곧바로 오늘날의 “빨간 김치”가 태어난 것은 아니다.

식재료의 전래와 조리 관습의 정착 사이에는 언제나 시차가 있다.

새 재료는 먼저 약재·양념·별미로 시험되고, 지역·계층·기호에 따라 쓰임이 분화되며, 시간이 흐른 뒤에야 보편적인 조리법으로 굳는다.

그래서 김치에서 고춧가루의 사용을 논할 때는 “고추가 있었는가”보다 “김치 양념의 표준이 되었는가”를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김치’라는 명칭의 승리가 단지 소리 변화 때문이 아니라 “새 양념 체계가 지배적이 되었다”는 문화사적 변화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붉은 색은 시각적 표지이자, 매운맛이라는 기호의 정치이며, 저장과 발효의 경험을 재구성하는 신호였다.

결국 김치의 ‘색’이 정착하는 속도는, 김치가 ‘지/디히’ 계통의 상위 개념에서 벗어나 특정한 조리 패턴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좁혀지는 속도와 연결된다.


김치에 고춧가루가 사용된 최초의 문헌 기록은 <증보산림경제>(1766) 에서 발견된다. 

이 책의 오이김치 조리법에 처음으로 고춧가루를 사용한 내용이 등장하는데, 이는 김치 역사에서 맛과 색의 혁명이 시작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붉은색의 도입은 김치의 시각적 정체성을 확립했을 뿐만 아니라, 매운맛과 독특한 풍미를 더하고 저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젓갈의 사용과 주재료의 변화: 발효의 완성

젓갈은 김치의 발효를 촉진하고 깊은 감칠맛을 더하는 핵심 재료이다. 

19세기 문헌인 <추사> 언간에는 '새오졋(새우젓)' 과 '졋국' 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당시 젓갈이 김치를 담그는 데 일상적인 재료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젓갈과 고춧가루가 결합된 현대적 김치의 등장은 19세기 조리서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1809) 에 기록된 '섞박지'에는 고추와 젓갈이 함께 사용되었으며, 19세기 말의 <시의전서> 에는 '졋무' 라는 명칭이 등장하여 젓갈이 김치의 중요한 부재료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양념의 혁신은 김치의 주재료 변화와도 궤를 같이했다. 

초기 '디히'와 '딤채'의 주재료는 무, 오이, 가지 등이었으며, 오늘날 김치의 대명사가 된 배추를 이용한 김치는 비교적 현대에 와서야 보편화되었다.

이러한 조리법의 발전은 '김치'를 단순 절임 채소인 '짠지'나 '장아찌'와는 질적으로 다른 음식으로 명확히 구분 짓는 계기가 되었다. 

소금, 채소, 향신료에 더해 젓갈의 동물성 단백질과 고춧가루의 복합적인 맛이 어우러지면서, 김치는 독자적인 발효 과정을 거치는 고유한 음식의 범주를 형성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김치' 라는 명칭은 단순 절임 채소를 아우르던 '지(디히)'를 넘어, 복합 양념을 사용한 발효음식의 상위어로서 그 개념을 확고히 다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조리법의 혁신은 명칭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러한 역사적 변천의 흔적들은 오늘날 각 지역의 방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1900년대 초 김장을 하는모습


5. 언어적 흔적: 지역 방언에 나타난 김치 명칭의 다양성

김치 명칭의 역사적 변천 과정은 표준어의 변화뿐만 아니라 각 지역 방언에 그 흔적을 뚜렷하게 남겼다. 

방언은 과거의 언어 형태가 소멸하지 않고 보존되는 경우가 많아, 언어의 변화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살아있는 화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장에서는 김치 명칭의 역사적 단계들이 오늘날 지역 방언에 어떻게 남아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전국 각지에서는 '김치'를 다음과 같이 다양한 방언 형태로 부르고 있으며, 각 명칭은 특정한 역사적 단계를 반영한다.


• 짐치 (경남): 경남 지역에서 널리 쓰이는 '짐치'는 '딤채'가 구개음화를 겪은 17~19세기의 형태인 '짐채' 의 직접적인 후예이다. 

이는 '딤채 → 짐채 → 김치'로 이어지는 음운 변화 과정의 중간 단계가 방언에 그대로 보존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 짠지 (경북): 경북 지역에서는 현대적인 김치를 '짠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김치의 초기 명칭 계통인 '지(디히)' 에서 파생된 단어가 그 의미를 확장한 흥미로운 경우이다. 

원래 '짠지'는 '소금에 절인 채소'만을 의미했지만, 고춧가루와 젓갈을 사용한 새로운 김치 조리법이 보급되면서, 그 지역에서는 기존의 '짠지'라는 단어가 새로운 형태의 김치까지 포괄하도록 의미가 변천한 것이다.

• 그 외 방언: 이 외에도 '겅게(전남)', '금치(경기)', '김끼(제주)' 등 지역별로 독특한 명칭이 존재하며, 이는 '김치'라는 단어가 각 지역의 음운 환경에 맞게 변형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짠지'의 의미 변천은 김치 명칭의 역사적 중첩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명칭
초기 의미
현대 의미
짠지1
소금에 절인 채소 반찬 (현대의 '지')
-
짠지2
소금, 고춧가루, 젓갈 양념을 한 김치
'짐치'와 동일, '김치'에 해당


이처럼 지역 방언은 '딤채'의 구개음화 형태('짐치')와 '지' 계통의 의미 확장('짠지') 등 김치 명칭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이러한 방언의 다양성은 김치라는 음식이 한반도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각 지역의 언어 및 문화와 결합해 온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제 이러한 분석들을 종합하여 김치 명칭의 전체적인 변천사를 정리하며 결론을 맺고자 한다.


어형의 변화


6. 김치 명칭의 종합적 변천 과정

본 블로그 포스팅은 문헌 자료와 방언 연구를 통해 '김치'라는 명칭이 지닌 깊은 역사성과 그 변천 과정을 심층적으로 고찰했다. 

분석 결과, 김치의 명칭은 크게 두 개의 줄기를 따라 발전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는 소금이나 장에 절인 채소를 의미하는 초기 형태의 '디히' 계통이며, 다른 하나는 복합적인 양념과 발효 과정을 거친 현대 김치의 직접적 어원이 된 '딤채' 계통이다.


김치 명칭의 변천 과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음과 같이 종합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 초기 (~16세기): 절임 채소를 의미하는 '디히' (짠지, 장아찌류)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으며, 16세기 초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유래한 '딤채' 라는 새로운 명칭이 문헌에 처음 등장했다. 

이 두 명칭은 서로 다른 유형의 음식을 지칭하며 공존했다.

• 중기 (17~19세기): 고춧가루와 젓갈이 도입되면서 김치 담금법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 시기, 구어를 중심으로 '딤채' 는 구개음화를 거쳐 '짐채' 로, 다시 어두 자음과 모음 변화를 겪어 '김치' 로 변화했다. 

동시에 지식인층에서는 어원을 의식한 '침채' 형태가 함께 사용되었다. 

조리법이 복합화되면서 '김치'는 단순 절임 채소인 '지(짠지/장아찌)'와 명확히 구분되는 독자적 음식 범주로 자리 잡았다.

• 현대 (20세기~): '김치' 가 표준 명칭으로 확립되었고, '짠지', '장아찌'와는 완전히 분리된 상위어로서의 지위를 굳혔다. 

과거의 언어 형태는 '짐치(경남)', '짠지(경북)' 등 지역 방언에 흔적으로 남아 그 역사적 층위를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김치'라는 한 단어의 역사는 단순히 소리가 바뀌는 언어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새로운 식재료의 도입, 조리법의 발전, 그리고 이에 따른 한국인의 식문화 개념 변화가 고스란히 응축된 문화사의 축소판이다. 

'디히'에서 '김치'에 이르는 여정은, 단순한 절임 채소에서 세계적인 발효음식으로 거듭난 한국 음식 문화의 역동적인 진화 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이 글은 ‘김치’라는 명칭이 어떤 어원 계통에서 출발해, 어떤 문헌 표기와 음운 변화를 거쳐 오늘날의 표준어로 굳어졌는지를 문헌 자료와 방언 자료를 중심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다만 옛 문헌의 표기는 필사·지역 발음·개인 습관에 따라 흔들릴 수 있고, 한 형태가 여러 시기에 공존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본문에서 제시한 “최초/정착” 같은 표현은 가능한 한 “현존 자료 기준”으로 이해해 주세요.

또한 고추·젓갈 도입과 김치 조리법 변화의 관계는 자료 해석과 연구 관점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여러 연구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큰 흐름(절임 채소 일반 → 복합 양념 발효 김치의 대표화)을 따라 서술했습니다.


This essay traces how the Korean term “kimchi” emerged and stabilized through documentary evidence and dialectal survivals. 

Early sources used a broad vocabulary for preserved vegetables: Chinese characters such as 菹 (“jeo”) and terms like 漬鹽 (“salt-pickled”) point to a preservation food category rather than today’s spicy fermented kimchi. 

From the 15th–18th centuries, vernacular forms in the “ji/dihi” line covered both salted pickles (짠지) and soy-sauce pickles (장아찌), and later records begin to distinguish these subtypes. 

A second lineage, “dimchae,” linked to 沈菜 (“pickled/soaked vegetables”), appears in 16th-century texts and gradually shifts in spelling and pronunciation (e.g., dimchae → jimchae), coexisting with learned spellings like chimchae. 

By the mid-19th century, “kimchi” forms are attested in family letters, alongside terms for communal making (kimjang), suggesting standardization through repeated seasonal practice. 

The essay also connects naming to culinary change: the wider adoption of chili powder and salted seafood (jeotgal) helped define kimchi as a distinct, complex fermented food rather than generic pickles. 

Finally, regional dialects preserve intermediate stages (e.g., jimchi) and older meanings (e.g., jjanji), acting as “linguistic fossils” that corroborate the historical pathway from broad pickled vegetables to modern kim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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