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최후의 술래잡기': 깃발, 총, 그리고 50년 된 위스키 병의 기록
조약서에 남겨진 '국제적인 실수' (1973년, 국제법 회의장)
1973년, 오타와의 한 외교 회의실.
캐나다와 덴마크의 정부 대표단은 북극 네어스 해협(Nares Strait)을 가로지르는 해상 국경을 설정하는 대장정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127개의 경계점을 연결한 거대한 해도가 펼쳐져 있었다.
덴마크 외무부의 수석 법률 고문인 헬게 뭉크(Helge Munk)가 마지막 좌표를 검토했다.
뭉크 고문: "60번 경계점부터 61번 경계점까지의 직선. 이 선은 그린란드(Greenland, 덴마크령)의 영해와 캐나다 앨러스미어 섬(Ellesmere Island)의 경계를 완벽하게 나누고 있습니다. 오차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캐나다 대표단장 마이클 핀치(Michael Finch)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핀치 대표단장: "완벽합니다, 헬게. 이 지역은 만년설과 얼음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해저 광물과 어업권을 분할하는 원칙입니다. 자, 이제 이 협정문에 서명하고 샴페인이나 한 잔 합시다. 50년 동안 이 지역에서 국경 분쟁은 없을 겁니다."
그들은 서명했고, 조약은 발효되었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그 직선 경계선 사이의 '애매한 빈 공간'에 가로 1.3km의 작은 돌덩이, 한스 섬(Hans Ø)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국경은 섬의 양쪽 500m 지점을 절묘하게 피해 지나갔고, 섬은 국제법상 '주인 없는 땅(Terra Nullius)'의 유쾌한 후보가 되었다.
|
| 2012년 8월 공중에서 본 한스 섬, 배경에는 엘즈미어 섬이 보임 |
캐나다의 '선전포고'와 위스키 공세 (1984년 7월)
1984년 여름.
캐나다의 지질 조사선 CSS 배핀(CSS Baffin)이 북극해에서 심층 지질 연구를 수행 중이었다.
탐사팀장은 헬리콥터로 한스 섬에 하강한 후, GPS 장치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탐사 팀장: "말도 안 돼. 이 섬이 우리 영토도, 덴마크 영토도 아니라고? 1973년 조약의 맹점(Blind Spot)에 정확히 놓여 있어. 이 좌표를 본국에 보고해야 해. 지금 즉시."
오타와 국방부.
보고를 받은 해군 고위 관계자들은 즉각적인 '선점'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는 군사적 침략이 아닌, 상징적인 주권 선언이어야 했다.
국방부 차관보: "깃발을 꽂되, 도발적이지 않게! 외교적 마찰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들이 분노하기 전에 웃게 만드는 것이 캐나다의 방식입니다."
참모 장교: "알겠습니다. 가장 튼튼한 강철 깃대와 함께... 제가 특별히 엄선한 '크라운 로열(Crown Royal)' 위스키 한 병을 가져가도록 지시하겠습니다. 750ml, 새것으로요. 그리고 병목에 묶을 메시지를 준비하겠습니다."
탐사 팀장이 한스 섬에 캐나다 국기를 꽂았다.
강철 깃대는 영구적으로 고정되었고, 깃발은 북극의 칼바람에 펄럭였다.
그는 깃대 아래에 위스키를 내려놓으며 메모를 남겼다.
탐사 팀장의 메모:
"Welcome to Canada. It’s cold up here. We left you a drink. Please feel free to enjoy it. - Canada was here."
(캐나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는 춥습니다. 술을 한 병 놓고 갑니다.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 캐나다가 다녀감.)
이것이 '위스키 전쟁'의 첫 번째 포격이었다.
캐나다 정부는 이 사실을 공식 발표하며, "새로운 국경 수호 의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덴마크의 응답, ‘슈냅스’와 섬세한 도발 (1984년 9월)
캐나다의 도발 소식은 덴마크 왕립 해군에 즉각 전달되었다.
코펜하겐은 놀랐지만, 곧 유머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그린란드 담당 장관 톰 회이엠(Tom Høyem)은 직접 해군 프리깃함 HDMS 비질란텐(HDMS Vigilanten)에 탑승하여 한스 섬으로 향했다.
한스 섬에 도착한 장관과 해군 특공대는 캐나다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았다.
깃대 아래에는 비어 있는 크라운 로열 위스키 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회이엠 장관: "하하! 이 친구들이 술은 마시고 깃발만 남겼군. 국제법은 잔인하지만, 캐나다인들은 예의 바릅니다. 우리가 그들의 깃발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의 빈 술병을 치워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특공대장 옌센 소령: "장관님, 저희가 가져온 국기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아쿠아비트(Akvavit) 700ml 한 병, 그리고 특별히 덴마크산 '갬멜 댄스크(Gammel Dansk)' 리큐어 한 병을 추가로 준비했습니다. 캐나다인들이 북극의 추위를 잊게 만드는 데는 이게 제격입니다."
회이엠 장관은 캐나다 깃발을 정중하게 접어 깃대 옆에 두었다.
그리고 덴마크의 국기 다네브로그(Dannebrog)를 올렸다.
깃대 아래에는 두 병의 덴마크 술과 함께 돌판이 세워졌다.
옌센 소령: "이 돌판에는 뭐라고 적어야 할까요, 장관님?"
회이엠 장관: "짧고 강력하게. 그리고 그들이 두고 간 위스키의 빈 병을 여기에 꽂아두게. 이 전쟁이 '술병 교환'이었음을 증명해야 하니까."
장관은 돌판에 직접 유성펜으로 다음과 같이 적었다.
"WELCOME TO DENMARK. We were here. And we drank your whisky."
(덴마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가 다녀감. 그리고 당신들의 위스키는 우리가 마셨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덴마크어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Velkommen til Danmark, velbekomme!" (덴마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이후 40년 동안, 이 섬은 양국 군인들의 '공손한 도발'의 성지가 되었다.
'술 교환 의전'의 반복 (1990년 ~ 2021년)
1990년대 초반, 이 루틴은 양국 해군 사이에서 비공식적인 군사 의전(Military Protocol)으로 자리 잡았다.
1998년, 캐나다 해군 순찰선 HMCS 프레더릭턴(HMCS Fredericton)의 갑판.
중년의 캐나다 해군 알렉스 대위가 덴마크 해군과의 교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알렉스 대위 (캐나다): "함장님, 한스 섬에 도착했습니다. 덴마크의 깃발과 함께, 작년에 두고 간 '갬멜 댄스크' 빈 병과 함께, 덴마크어로 적힌 쪽지가 발견되었습니다."
프레더릭턴 함장: "쪽지 내용이 뭔가?"
알렉스 대위 (덴마크어 해석): "… '캐나다 친구들에게. 당신들이 남긴 '캐네디언 클럽(Canadian Club)' 위스키는 올해도 매우 부드러웠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오실 때는 얼음 대신, 우리 그린란드의 맛있는 새우를 조금 가져와 주십시오. 덴마크 해군 일동.'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함장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프레더릭턴 함장: "재미있는 친구들이군. 깃발은 내리고, 우리 국기를 다시 올리게. 그리고 올해의 '선물'은 뭘 가져갔나?"
알렉스 대위: "네, 함장님. 올해는 저희 해군 본부에서 특별히 단풍나무 시럽이 가미된 위스키 한정판과 함께, 정중한 편지를 남기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린란드 새우는 다음번 보급 때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렉스 대위의 메모 (1998년):
"For our Danish Friends: We regret to inform you that the supply lines were insufficient for your seafood request. However, please accept this finest Canadian Maple Whisky. P.S. We sincerely hope you are enjoying your temporary stay on OUR island."
(덴마크 친구들에게: 유감스럽게도 귀하의 해산물 요청에 대한 보급선이 충분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최고의 캐나다 단풍나무 위스키를 받아주십시오. 추신: 우리 섬에서 귀하의 임시 체류가 즐겁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처럼 양측은 군사 작전 보고서에 '깃발 교체 및 보급품(술) 교환 완료'를 정식 항목으로 기록했다.
한 번은 덴마크 순찰팀이 'Gammel Dansk'(덴마크 리큐어)를 놓고 간 자리에, 캐나다 팀이 캐나다 국기를 꽂고 'Gammel Dansk, Delicious!'라고 쓰인 쪽지를 남기기도 했다.
|
| 2003년 8월 한스 섬에서 덴마크 |
평화와 국경의 탄생 (2022년 6월 14일)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극 항로 및 영토의 전략적 가치가 급부상했다.
더 이상 이 '술래잡기'를 유머로만 남겨둘 수 없다는 국제적인 압박이 커졌다.
2022년 6월, 캐나다의 멜라니 졸리(Mélanie Joly) 외교부 장관과 덴마크의 예페 코포드(Jeppe Kofod) 외교부 장관은 오타와에서 한스 섬 분쟁 종결을 위한 최종 합의문에 서명했다.
코포드 장관 (덴마크): "졸리 장관님, 우리는 50년 동안 세계에 가장 비현실적이고 상냥한 분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북극의 평화를 위해 이 아름다운 역사를 마무리 지어야 할 때입니다. 섬을 중앙에서 정확히 절반으로 나눕시다. 남북 방향의 좁은 선을 따라."
졸리 장관 (캐나다): "동의합니다. 이 분할은 캐나다의 북부 국경과 덴마크 왕국(그린란드)의 국경이 '물 위가 아닌 땅 위에서' 직접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듭니다. 우리는 한스 섬에 세계에서 가장 짧은 육상 국경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코포드 장관 (덴마크): "가장 짧고, 가장 평화로운 국경이겠죠. 이 선은 1.3km에 불과하지만, 40년 동안 쌓아온 상호 존중과 신뢰의 두께를 상징합니다. 이제 더 이상 우리의 군인들이 추운 북극에서 깃발을 내리고 술을 놓고 올 필요는 없게 되었습니다."
졸리 장관 (캐나다): "그들의 재치가 그리울 겁니다. 하지만 이제 공식적으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우리의 군인들은 이제 국경을 지키는 대신, 그곳에서 함께 순찰하며 서로에게 '술 보급품'이 아닌, '공식적인 우정의 악수'를 건넬 것입니다."
합의문 서명 후, 두 장관은 북극의 평화와 우정을 기원하며 마지막으로 캐나다 위스키와 덴마크 슈냅스를 섞어 마셨다.
![]() |
| 한스 섬 영토를 나눠 갖는 협정에 서명한 후 코펜하겐산 위스키를 선물하고 있다. |
남겨진 '술병의 유산'
2022년 6월 14일 이후, 한스 섬은 공식적으로 캐나다 영토와 덴마크 영토로 분할되었다.
세계 지도에 새겨진 이 작은 국경선은 양국이 얼마나 유연하고 상냥하게 외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산증인이 되었다.
이 전쟁은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북극의 황량함 속에서도 유머와 예의를 잃지 않는 두 나라의 문화적 자부심'의 대결이었다.
지금도 캐나다 국방부의 한 창고에는 덴마크 군인들이 남긴 아쿠아비트 빈 병 컬렉션이 소중히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덴마크 군 기지에도 캐나다 위스키 병들이 그들의 유쾌했던 북극의 역사를 증언하며 서 있다.
이 섬은 이제 더 이상 '무주공산'이 아니다.
대신, 50년간의 가장 공손한 영토 분쟁을 끝낸, 가장 상냥한 국경선을 품은 섬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
| 2003년 덴마크군이 한스 섬에 남긴 코냑 한 병과 돼지고기와 과일 통조림 |
이 글은 한스 섬(Hans Island)을 둘러싼 ‘위스키 전쟁(Whisky War)’이라는 실제 북극 영유권 분쟁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과 공개된 기사·자료를 최대한 참고해 쓴 재구성 서사입니다.
다만 외교관·군인의 이름, 세부 대사, 일부 연도와 상황 묘사는 독자의 몰입을 위한 소설적 각색이 섞여 있습니다.
실제 외교 협상과 조약, 2022년 캐나다·덴마크·그린란드의 분할 합의 등 핵심 사건의 흐름은 사료와 보도를 따르되, 인물의 감정·대화·상황 연출은 작가적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This article retells the “Whisky War” over Hans Island in the Arctic.
Canada and Denmark trade flags and bottles of whisky and schnapps on a tiny rock for decades instead of bullets, turning a border dispute into a long-running ritual of humorous one-upmanship that ends in 2022 with a peaceful split of the island.
.jpg)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