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워크래프트 연대기』와 소설 『The Last Guardian』을 기반으로 하며,
공식 설정에서 벗어나지 않되 독자의 몰입을 위해 문학적 상상과 각색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메디브의 일생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저주로 점쳐져 있었다.
어머니 에이그윈은 티리스팔의 수호자로서 불타는 군단과 오랫동안 맞서 싸웠으나,
북방에서 살게라스의 화신을 꺾었다고 믿었던 그 순간에 패착을 남겼다.
살게라스의 영혼은 그녀의 몸속에 침투했고,
그녀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자궁 깊은 곳에서 자라나 아들에게 전해졌다.
그리하여 메디브는 태어나면서부터 파멸의 씨앗을 품은 아이였다.
소년기의 그는 누구보다 강력한 마법적 재능을 보였으나
동시에 제어할 수 없는 폭발로 주변을 위험에 빠뜨렸다.
아버지 니엘라스 아란은 사랑으로 그를 지켜보았지만, 스톰윈드 궁정은 불안에 떨었다.
결국 열여섯 번째 생일, 메디브는 마력의 폭발과 함께 혼수에 빠졌다.
십 년이 넘도록 눈을 뜨지 못했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어른의 몸을 한 사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오랜 잠 속에서 살게라스의 속삭임과 뒤섞여 있었다.
깨어난 메디브는 곧바로 아제로스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가 되었고,
스톰윈드 왕국의 국왕 레인 린과 기사 안두인 로서의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거처인 카라잔은 이미 기이한 장소였다.
탑의 복도마다 과거와 미래의 환영이 겹쳐지고, 스스로의 죽은 모습이 그림자처럼 어슬렁거렸다.
메디브는 점차 인간의 외로움과 광기를 술과 연회로 채워갔다.
그 곁에는 집사 모로스가 있었다.
삐쩍 마른 신하였으나 메디브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며,
카라잔을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연회를 준비했다.
메디브는 귀족과 상인, 모험가들을 불러들여 밤마다 끝없는 잔치를 벌였다.
테이블 위에는 값비싼 와인과 수십 마리의 사냥감이 올려졌고,
홀에는 마법으로 불러낸 환영 악사들이 연주를 이어갔다.
술잔은 끊임없이 채워졌으며, 메디브는 마력으로 황홀한 환영을 만들어 손님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그 연회는 언제나 이상하게 흐르곤 했다.
어떤 날은 손님이 다음 날 모두 흔적 없이 사라져 있었고,
어떤 날은 같은 인물이 두 명, 세 명 겹쳐서 앉아 있었다.
모로스는 그 모든 광경을 담담히 기록하며, 주인의 기행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았다.
스톰윈드 왕국의 사람들은 점점 수군거렸다.
“수호자라더니, 카라잔에서는 방탕한 마술사일 뿐이다.”
그러나 메디브는 개의치 않았다.
연회와 환영 속에서 그는 순간의 쾌락을 누렸고,
그 뒤편에서는 살게라스의 어둠이 더욱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었다.
메디브의 곁에는 안두인 로서와 국왕 레인 린 같은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와 가장 이상한 인연을 맺은 이는 가로나였다.
반 오크, 반 드레나이의 혼혈로 태어나 양쪽 세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여인.
그녀는 처음에는 메디브의 첩자이자 손님으로 카라잔에 들어왔으나,
차츰 그의 곁에 머무르며 충직한 동료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녀 역시 불가항력적인 속박에 묶여 있었고,
살게라스의 의지가 그녀를 통해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메디브는 어둠의 문을 열었다.
드레노어와 아제로스를 잇는 차원이 갈라지자, 오크들이 몰려왔다.
처음엔 단순한 충돌 같았으나 곧 침략으로 번졌다.
마을이 불타고 백성들이 학살당했지만,
메디브는 여전히 카라잔에서 환영 연회를 벌이며 스스로의 광기를 부추겼다.
모로스는 잔을 채우고, 손님들은 웃고 떠들었으나,
연회장의 창밖으로는 불타는 농가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왕국은 서서히 몰락해갔다.
레인 린은 암살당했고, 스톰윈드 성벽은 오크의 공격 앞에 무너졌다.
진실은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왕의 최후와 왕국의 몰락 뒤에는 바로 수호자 메디브가 있었다는 것을.
안두인 로서와 가로나는 카라잔으로 향했다.
그곳은 더 이상 성이 아니었다.
환영과 유령이 가득한 미궁이었다.
그들은 홀마다 자신들의 두려움을 마주해야 했다.
어떤 복도에서는 어린 시절의 메디브가 웃으며 달려나왔고,
다른 방에서는 레인 린이 피 흘리며 쓰러지는 장면이 반복되었다.
메디브는 연회장의 왕좌에 앉아 있었고, 모로스는 그 옆에서 빈 잔을 채우고 있었다.
손님들은 모두 환영이었고, 웃음소리와 음악은 환영의 껍데기에 불과했다.
“나는 수호자이자 파멸이다!”
메디브의 목소리는 홀을 울렸다.
살게라스의 의지가 그의 안에서 불타고 있었고, 카라잔은 그 힘에 의해 붕괴 직전이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로서는 분노의 칼로 돌진했고, 가로나는 그림자 속에서 단검을 날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서운 적은 메디브의 마력 그 자체였다.
벽은 뒤틀리고, 땅은 갈라졌으며, 환영 속에서 그들의 가장 두려운 장면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결국 로서의 칼이 메디브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 순간 환영은 사라지고, 홀의 불빛도 꺼졌다.
모로스는 주인의 쓰러진 몸을 지켜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삶은 메디브의 집사로서 시작해 메디브의 죽음으로 끝나는 듯했다.
메디브는 쓰러졌으나, 그의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세 번째 대전쟁이 다가오자, 그는 까마귀의 형상으로 돌아왔다.
예언자의 모습으로 스랄과 제이나, 말퓨리온에게 다가가
“불타는 군단이 오고 있다. 서로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라”라 경고했다.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결국 그의 말대로 아키몬드가 하이잘 산에 강림했고,
세 종족은 힘을 합쳐 막아냈다.
그 뒤에야 사람들은 알았다.
메디브가 단순한 배신자가 아니라, 동시에 구원자였다는 것을.
그의 유산은 지금도 카라잔에 남아 있다.
탑의 홀에는 여전히 유령들이 춤추며 연회를 벌이고, 모로스의 그림자가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모험가들은 그곳에 들어가 메디브의 환영과 마주하고,
때로는 그가 누렸던 방탕과 어둠의 잔해를 목격한다.
메디브는 태어나면서부터 살게라스의 어둠을 안았으나,
마지막 순간에는 아제로스를 구원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가 남긴 모순은 아제로스의 역사 속에서 여전히 회자된다.
어떤 이는 그를 배신자라 하고, 어떤 이는 마지막 수호자라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그 이름은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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