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유래, 신화와 진실 사이에서 태어난 경기 (The Origin of Baseball)



 이 글은 『19세기 미국 신문 기록』, 『크리켓·라운더스 기원 연구』 등 역사적 사료에 기록된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독자의 몰입을 위해 문학적 상상과 소설적 각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그대로의 역사서가 아니라, 드라마와 긴장감을 살린 서술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뉴욕의 어느 초여름 오후.

1840년대의 햇살은 따갑게 내리쬐고, 평원 위에 모인 젊은이들의 땀은 번쩍였다.

그들은 공을 던지고, 막대기로 공을 치고, 즐겁게 달리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것은 아직 ‘야구’라 불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라운더스(Rounders)’라고도 불렀고, 때로는 ‘타운 볼(Town Ball)’이라고도 불렀다.

영국에서 건너온 크리켓의 변형이기도 했고, 미국의 청년들이 만들어낸 독창적인 놀이이기도 했다.


공을 던지는 자가 있었다.

그는 손에 쥔 작은 공을 높게 띄워 타자 앞으로 내던졌다.

타자는 두 손으로 잡은 배트(당시엔 길고 무거운 막대기)를 힘껏 휘둘렀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모인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며 달렸다.



베이스라 불리는 네 개의 말뚝이 땅에 박혀 있었고, 타자는 그것을 따라 달렸다.

마치 삶과 죽음을 건 전투처럼, 단순한 놀이 속에 긴박한 승부가 있었다.


그러나 ‘야구의 아버지’라는 전설은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

알버트 스폴딩(야구 선수이자 스포츠 사업가)이 훗날 만들어낸 신화, 

바로 애버너 더블데이(Abner Doubleday) 이야기였다.


1907년, 미국 야구위원회는 이렇게 발표했다.

“야구는 1839년, 뉴욕 쿠퍼스타운에서 애버너 더블데이 장군에 의해 발명되었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환호했다.

군인, 영웅, 발명가.

야구의 기원은 한 순간 신화로 변모했다.


그러나 사실, 더블데이는 야구를 만든 적이 없었다.

그는 당시 군사 학교에 있었고, 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야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크리켓과 라운더스의 혼합 형태로 퍼져 있었다.


진실은 조금 더 평범했다.

1845년, 뉴욕에서 알렉산더 카트라이트(Alexander Cartwright)라는 사내가 규칙을 정리했다.

그는 니커보커 클럽(Nickerbocker Base Ball Club)의 일원이었고, 동료들과 함께 최초의 공식 규칙을 만들어냈다.

“4개의 베이스를 다 돌아야 점수가 된다.”

“3아웃이면 공수 교대.”

“경기는 9명으로 치른다.”


이 규칙들은 이후 수십 년 동안 발전하며 지금의 야구로 이어졌다.



첫 공식 경기는 1846년 뉴저지 호보켄에서 열렸다.

니커보커 클럽은 다른 팀과 맞붙었고, 그날 사람들은 처음으로 ‘야구 경기’라는 이름 아래 함성을 질렀다.

관중들은 손수건을 흔들었고, 아이들은 흙바닥을 뛰어다니며 공을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순간, 야구는 단순한 놀이에서 스포츠로 태어났다.


남북전쟁이 벌어지자, 병사들은 야구를 전쟁터에 가져갔다.

총성과 포화 속에서도 짬이 나면 그들은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둘렀다.

포로수용소 안에서도, 피비린내 나는 참호 옆에서도 야구는 이어졌다.

전쟁이 끝난 뒤,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갔고, 야구는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야구는 이제 국민의 스포츠가 되었다.




19세기 말, 미국의 도시마다 야구장이 세워졌다.

뉴욕, 보스턴,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젊은이들은 모자에 팀 로고를 달고, 스타 선수의 이름을 외쳤다.

신문은 매일같이 경기 결과를 실었고, 아이들은 거리에서 공을 던지며 꿈을 키웠다.


그리고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미국인의 정체성이 되었다.

‘아메리칸 패스 타임(American pastime)’.

야구는 그렇게 불렸다.


야구의 유래는 신화와도 같았다.

더블데이의 전설은 허구였지만,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사랑했다.

카트라이트의 규칙은 사실이었지만, 그는 영웅처럼 기억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실이든 신화든, 중요한 것은 하나였다.


한 작은 공과 나무 방망이, 그리고 네 개의 베이스.

그 단순한 놀이가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고,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야구는 지금도 진화한다.

일본, 한국, 쿠바, 도미니카…

세계 곳곳에서 아이들이 흙바닥을 달리고, 타석에 서며, 공을 던진다.

승부의 짜릿함, 홈런의 환희, 스트라이크아웃의 절망.

그 모든 순간은 야구가 태동하던 그 옛날, 뉴욕의 평원에서 젊은이들이 웃으며 달리던 모습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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