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광기가 낳은 끔찍한 실수: 영국 하틀풀 원숭이 처형 사건의 진실 (The Hartlepool Monkey Hanging)


하틀풀의 유령: 공포가 집어삼킨 어느 항구의 기록


제1장: 폭풍이 몰고 온 이방인

19세기 초(1810년 전후)의 겨울, 영국 북동부의 작은 항구 도시 하틀풀(Hartlepool)은 거대한 무덤과 같았다. 

바다는 자비가 없었다. 

잿빛 하늘은 낮게 가라앉아 마을의 낡은 지붕들을 짓눌렀고, 소금기 섞인 바람은 좁은 골목을 누비며 주민들의 폐부 깊숙이 칼날 같은 냉기를 불어넣었다. 

이곳 사람들에게 바다는 생계의 젖줄이었으나, 그해 겨울만큼은 죽음이 건너오는 통로였다.


“그놈이 도버 해협을 넘었다더군.”


마을 어귀의 낡은 선술집 ‘앵커 인(Anchor Inn)’의 묵직한 참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면, 비릿한 생선 냄새보다 먼저 코를 찌르는 것은 지독한 담배 연기와 눅눅한 공포였다. 

탁자에 둘러앉은 사내들은 불기 없는 화로 주위에서 어깨를 움츠린 채 수군거렸다. 

그들의 대화 속에서 ‘그놈’은 이름이 없었으나 누구나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았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프랑스 제국의 황제). 

유럽 대륙을 피로 물들인 작은 거인이 이제는 바다 건너 이 평화롭고 무지한 항구마을까지 집어삼키려 한다는 소문이 파도보다 빠르게 밀려들고 있었다.


“프랑스 놈들은 인간이 아니라더군. 아이들을 잡아다 군화 밑창을 만들고, 교회 제단을 뜯어 땔감으로 쓴다지. 하느님도 무서워하지 않는 악귀들이야.”


어부 존이 거친 손마디를 꺾으며 내뱉었다. 

그의 눈에는 이성적인 판단 대신,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막연한 증오와 공포가 서려 있었다. 

하틀풀 주민들 중 프랑스 땅을 밟아본 이는커녕, 프랑스인을 단 한 번이라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에게 프랑스인이란 단지 런던에서 내려온 신문 쪼가리와 떠돌이 상인들의 과장된 입담 속에서 재구성된, 뿔 달린 괴물과 다름없었다. 

무지는 공포를 낳고,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것은 곧 다가올 비극의 비옥한 토양이었다.


1835년 하틀풀 의 모습


그날 밤, 하늘은 드디어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비는 사선으로 내리치며 창문을 깨부술 듯 두드렸고, 파도는 해안벽을 넘어 마을 광장까지 거품을 물고 달려들었다. 

등대의 불빛조차 무력하게 꺼져버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바다는 무언가를 거세게 뱉어내고 있었다.

찢겨나간 돛대와 부서진 갑판 조각들이 해안가에 처참하게 박혔다. 

그리고 그 잔해들 사이에는 짙은 푸른색과 흰색, 붉은색이 섞인 헝겊 조각이 섞여 있었다. 

프랑스의 삼색기였다.


다음 날 새벽, 폭풍이 썰물과 함께 물러간 해변은 기괴한 고요에 잠겼다. 

주민들은 낫과 곡괭이를 들고 해안가로 모여들었다. 

혹시라도 살아남은 ‘악귀’가 마을로 숨어들지 모른다는 경계심 때문이었다. 

난파된 배는 처참했다. 

거대한 군함의 뼈대만이 모래사장에 박혀 거대한 짐승의 유골처럼 보였다. 

시신들은 이미 파도에 휩쓸려 나갔거나 모래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부서진 화물 상자 더미 뒤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저기 봐! 생존자다!”


누군가의 날카로운 외침에 주민들이 일제히 무기를 치켜들었다. 

상자 뒤에서 기어 나온 것은 작고 비쩍 마른 형체였다. 

그것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프랑스 해군 장교의 예복을 입고 있었다. 

금색 견장이 어깨 위에서 달랑거렸고, 단추에는 프랑스 제국의 문장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하지만 그 옷을 입고 있는 생명체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온몸은 짙은 갈색 털로 뒤덮여 있었고, 얼굴은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무엇보다 엉덩이 뒤로 길게 뻗어 나온 꼬리가 젖은 모래 위를 휘젓고 있었다. 

그것은 난파된 프랑스 군함에서 장병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마스코트, 영리한 유인원 원숭이였다.

하지만 하틀풀 사람들에게 그것은 ‘작고 흉측하게 생긴 프랑스 놈’이었다.


“세상에… 소문보다 훨씬 더 끔찍하게 생겼군.”


한 여인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렸다. 

원숭이는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등장과 차가운 바닷바람에 몸을 떨며 ‘끼익, 끼익’ 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뱉었다. 

그 소리는 원숭이의 살려달라는 애원이었으나, 주민들의 귀에는 영국 국왕을 저주하고 나폴레옹의 승리를 예언하는 기괴한 외국어로 들렸다.


“들어봐! 지금 우리에게 암호를 내뱉고 있어! 저게 바로 프랑스어라는 거군. 귀가 찢어질 것 같아!”


어부 존이 한 걸음 다가가며 소리쳤다. 

원숭이는 본능적으로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짐승의 위협적인 행동은 주민들에게 ‘전투 의지’로 해석되었다.


“이놈 봐라? 생포된 주제에 항복할 기미가 없군. 확실히 훈련받은 스파이야. 몸집이 작은 건 좁은 틈새로 숨어들어 지도를 훔치기 위해서겠지.”


마을의 서기였던 윌리엄이 안경을 고쳐 쓰며 덧붙였다. 

그의 말은 곧 확신이 되었다. 

이 작고 털 많은 생명체는 프랑스 국방부에서 보낸 정예 스파이이며, 예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높은 계급의 장교임이 분명하다는 논리였다. 

이성적인 사고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눈앞의 공포를 실체화하고 처단할 대상이었으니까.


주민들은 원숭이의 목에 굵은 밧줄을 걸었다. 

원숭이가 저항하며 존의 손등을 할퀴자 사람들은 분노에 찬 함성을 질렀다.


“영국인의 피를 흘리게 했다! 이놈은 전쟁 포로가 아니라 살인마야!”


원숭이는 차가운 길바닥을 끌려가며 마을 광장으로 향했다. 

화려했던 프랑스 장교복은 진흙과 오물로 더러워졌고, 금색 견장은 땅바닥에 떨어져 짓밟혔다. 

하틀풀의 주민들은 이제 자신들이 대단한 애국적 거사를 치르고 있다고 믿었다. 

그들의 뒤로 회색빛 바다가 비웃듯 거대한 파도를 다시 한번 해안으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


폭풍이 데려온 이방인은 그렇게 하틀풀의 광기 어린 품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것은 비극의 시작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황당하고도 잔인한 재판의 서막이었다.


제2장: 광기의 법정, 이성은 죽었다

마을 광장 한복판에 위치한 선술집 ‘올드 킹스 헤드(Old King’s Head)’는 이제 술잔이 오가는 휴식처가 아니었다. 

눅눅한 톱밥이 깔린 바닥 위로 무거운 정적이 흘렀고, 평소 술꾼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공간에는 촛불의 일렁임만이 불길한 그림자를 벽면에 드리우고 있었다. 

이곳은 이제 영국 국왕의 이름으로 반역자를 심판하는 ‘비공식 특별 법정’으로 개조되었다.


심판대 중앙에는 마을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치안 판사 험프리가 앉아 있었다. 

그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가발을 고쳐 썼다. 

그의 앞에는 쇠사슬에 묶인 ‘피고’가 놓여 있었다. 

프랑스 장교복 소매는 이미 너덜너덜해졌고, 단추 몇 개는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였다. 

원숭이는 낯선 인간들의 시선과 매캐한 촛불 연기에 겁에 질린 듯, 연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끽끽거렸다.


“정숙하라! 지금부터 하틀풀의 안녕을 위협하고 대영제국의 국왕 폐하를 모독한 프랑스 스파이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다.”


험프리 판사가 의사봉 대신 술통 마개를 탁자에 내리치며 선언했다. 

법정을 가득 메운 주민들 사이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눈에는 이미 확신이 가득했다. 

저 작고 털 많은 괴물은 나폴레옹이 보낸 비밀 병기임이 분명했다.


“검찰 측, 기소 내용을 밝히시오.”


마을 서기이자 검사 역할을 맡은 윌리엄이 종이 뭉치를 들고 일어났다. 

그는 안경 너머로 원숭이를 쏘아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존경하는 판사님, 그리고 하틀풀의 애국 시민 여러분. 여기 앉아 있는 피고는 단순한 생존자가 아닙니다. 이놈은 난파된 프랑스 군함에서 발견되었을 당시, 영국 해안의 요새를 정탐하기 위한 특수 장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이놈이 내뱉는 기괴한 소리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쓰이는 최하층민의 은어이자, 나폴레옹 함대에게 보내는 암호임을 확인했습니다!”


법정 한쪽에서 “죽여라!” 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원숭이는 깜짝 놀라 의자 위에서 몸을 웅크렸다. 

윌리엄은 이 모습을 놓치지 않고 손가락질했다.


“보십시오! 자신의 범죄 사실이 폭로되자 몸을 숨기려 하고 있습니다. 저 비겁한 태도야말로 프랑스 놈들의 전형적인 특징 아닙니까?”


재판은 코미디였으나 참여하는 이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판사가 원숭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피고, 이름이 무엇인가? 소속 부대와 계급을 밝혀라!”


원숭이는 대답 대신 자신의 가려운 옆구리를 긁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바닥에 떨어진 빵조각을 집어 들고는 냄새를 맡았다.


“판사님! 지금 피고는 신성한 법정에서 식사를 하며 우리를 조롱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영제국의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윌리엄의 선동에 군중은 분노로 들끓었다. 

그때,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 토마스가 증인석에 올랐다. 

그는 젊은 시절 런던에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다는 이유로 ‘외국 사정에 밝은 전문가’ 대접을 받고 있었다.


“내 똑똑히 들었소. 저놈이 아까 ‘비브 라 프랑스(Vive la France)’라고 속삭이는 걸 말이오. 목소리가 너무 작고 털이 많아서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분명히 우리 국왕 폐하를 비웃는 욕설도 섞여 있었소.”


토마스의 거짓말은 광기에 불을 지폈다. 

원숭이는 불안한 듯 탁자 위로 뛰어올라 판사의 의사봉을 낚아채려 했다.


“공격이다! 스파이가 판사님을 공격한다!”


장정 셋이 달려들어 원숭이를 바닥에 짓눌렀다. 

원숭이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윌리엄의 장화 끝을 물었다.


“보셨습니까? 이놈은 인간의 언어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훈련받은 암살자의 기술을 쓰고 있습니다! 프랑스 놈들은 덩치가 작은 아이들을 훈련해 이런 짐승 같은 스파이로 만든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습니다!”


윌리엄이 장화에 난 이빨 자국을 훈장처럼 내보이며 외쳤다. 

이제 법정 안의 누구도 이 생명체가 짐승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지 않았다. 

아니, 의심하는 자는 ‘프랑스 동조자’로 몰릴 판이었다. 

군중심리는 거대한 늪이 되어 모든 이성을 집어삼켰다.


판사는 원숭이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원숭이의 크고 검은 눈동자에는 두려움만이 가득했지만, 판사의 눈에는 그것이 정체를 숨기려는 노련한 간첩의 안광으로 보였다.


“피고, 마지막으로 묻겠다. 나폴레옹의 본대는 어디에 있는가? 답변을 거부한다면 이는 즉각적인 사형 사유가 된다.”


원숭이는 그저 판사의 가발에서 떨어진 하얀 가루를 보며 손을 뻗었을 뿐이다. 

그것은 원숭이에게는 호기심이었으나, 법정의 기록관은 이를 ‘판사의 권위를 실추시키려는 의도적인 모독’으로 기록했다.


“이 재판은 더 이상 지속할 가치가 없습니다. 피고는 증언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미 수많은 증인에 의해 간첩 혐의와 반역 혐의가 입증되었습니다. 우리 하틀풀의 안전과 영국의 자존심을 위해, 이 악귀를 처단해야 합니다!”


윌리엄의 최종 변론이 끝나자 선술집 안은 광적인 환호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발을 구르며 “교수형!”을 연호했다. 

판사는 땀을 닦으며 조용히 의사봉을 두드렸다.


“본 법정은 피고에게… 아니, 이 프랑스 간첩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죄명은 국가 전복 모의 및 간첩죄. 이에 따라 본 피고를 즉각 해변으로 압송하여 교수형에 처할 것을 명한다.”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원숭이는 자신이 입고 있던 화려한 프랑스 예복의 옷깃을 힘없이 매만졌다. 

그것은 군함의 병사들이 녀석에게 입혀주며 웃음 짓던 사랑의 증표였으나, 이제는 녀석의 목을 조이는 수의(壽衣)가 되었다.


밖에서는 이미 교수대를 만들기 위한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성은 죽었고, 광기가 승리한 하틀풀의 오후였다. 

하늘은 다시 어두워지며 비를 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3장: 해변의 교수대와 200년의 낙인

하틀풀의 바다는 여전히 잿빛이었다. 

성난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소리는 마치 죽은 자들을 위한 진혼곡처럼 들렸다. 

선술집에서의 재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밧줄에 묶인 원숭이를 끌고 해변으로 향했다. 

비바람이 다시 거세졌지만, 광기에 젖은 군중의 행렬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들에게 이 작고 무력한 생명체를 죽이는 것은 애국심의 증명이었으며, 보이지 않는 공포로부터 도망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해안가 한가운데에는 급히 만든 작은 교수대가 우뚝 솟아 있었다. 

낡은 난파선의 목재를 뜯어 만든 처형대는 소금기에 절어 흉측한 소리를 냈다. 

원숭이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빗물에 젖어 무거워진 프랑스 장교복을 걸치고 비틀거렸다.

녀석의 크고 검은 눈동자에는 자신을 향해 낫과 횃불을 흔드는 인간들에 대한 공포만이 서려 있었다.


“자, 이 프랑스 첩자 놈의 목을 걸어라!”


집행관의 외침과 함께 원숭이의 목에 거친 밧줄이 걸렸다. 

녀석은 본능적으로 밧줄을 잡으려 했지만, 포박된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녀석이 낼 수 있는 소리는 그저 가느다란 비명뿐이었다. 

그러나 군중은 그 비명조차 나폴레옹의 군대를 부르는 최후의 암호라며 야유를 퍼부었다.


“발판을 치워라!”


판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투박한 나무판자가 뒤집혔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허공에 매달린 작은 몸뚱이는 몇 번의 발버둥 끝에 이내 축 처졌다. 

거센 바닷바람이 녀석의 젖은 갈색 털을 흩트렸다. 

하틀풀 주민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로를 격려했다. 

드디어 마을을 지켜냈다는 승리감이 비릿한 바닷바람과 함께 광장을 감돌았다.


하지만 비극적인 승리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폭풍이 완전히 잦아들고 바다가 평온을 되찾은 사흘 뒤, 해안가로 프랑스 군함의 파편들이 다시 밀려왔다. 

그중에는 방수 처리가 된 작은 나무 궤짝 하나가 섞여 있었다. 

마을 서기 윌리엄과 어부 존이 호기심에 궤짝을 열었을 때, 그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그곳에는 난파된 군함의 항해 일지와 함께 낡은 스케치북 한 권이 들어 있었다. 

첫 페이지에는 화려한 프랑스 군복을 입은 채 포도주 병을 붙잡고 재롱을 부리는 원숭이의 세밀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아래에는 프랑스어로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우리의 작은 친구, 자코. 녀석의 재롱 없이는 이 지독한 항해를 견딜 수 없다. 녀석에게 맞춤 군복을 선물했더니 제법 늠름한 장교 같다. 부디 전쟁이 끝나고 녀석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길.]


침묵이 하틀풀의 해변을 덮었다. 

자신들이 국가 반역죄로 다스렸던 스파이, 지독한 프랑스어를 내뱉던 장교, 판사를 조롱하던 암살자의 실체는 그저 외로운 병사들의 위안이었던 가엾은 짐승에 불과했다. 

무지가 빚어낸 광기가 어떤 비극을 낳았는지 깨닫는 순간, 그들이 느낀 것은 애국심이 아닌 형언할 수 없는 수치심이었다.


소문은 바다보다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황당하고도 잔인한 처형 소식은 곧 인근 마을인 뉴캐슬과 선덜랜드까지 전해졌다. 

사람들은 하틀풀 주민들을 비웃기 시작했다.


“거기 가면 원숭이 조심해. 프랑스 첩자로 몰려 목이 매달릴지도 모르니까!”


‘원숭이 목매다는 놈들(Monkey Hangers)’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은 굴레처럼 하틀풀을 따라다녔다.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이 사건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것은 마을의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가장 부끄러운 얼룩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묘한 방식으로 흘러갔다. 

시간이 흘러 20세기에 접어들자, 하틀풀 사람들은 이 수치스러운 역사를 숨기는 대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더 이상 ‘원숭이 목매다는 놈들’이라는 별명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황당한 사건을 유머와 지역적 개성으로 승화시켰다.


하틀풀 유나이티드(Hartlepool United) 축구팀은 원숭이를 팀의 상징으로 삼았고, 마스코트인 ‘H'Angus the Monkey’는 지역의 영웅이 되었다. 

심지어 2002년, 이 원숭이 마스코트 옷을 입고 시장 선거에 출마한 남자가 “학교 아이들에게 매일 무료 바나나를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실제로 시장에 당선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년 전의 광기가 200년 후의 유머로 돌아온 것이다.


사실 이 기괴한 이야기는 역사적 실화라기보다 전승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19세기 유행했던 풍자 시인 ‘네드 코번’의 노래에서 이 이야기가 처음 등장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당시 하틀풀과 경쟁 관계였던 주변 지역 사람들이 그들을 조롱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가 구전되면서 마치 사실처럼 굳어진 논쟁 중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이 이야기는 이미 하틀풀의 상징이 되었으며 인간의 집단 광기를 경고하는 가장 유명한 우화로 남았다.


오늘날 하틀풀의 해변에는 원숭이의 작은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것은 더 이상 처형당한 스파이의 모습이 아니다. 

공포가 이성을 마비시킬 때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자, 그 상처마저 웃음으로 승화시킨 인간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증표다.


하틀풀 곶 에 있는 하틀풀 원숭이 기념비


하틀풀의 바다는 여전히 잿빛이다. 

하지만 이제 그 바다는 공포가 아닌, 한때 광기에 휩쓸렸던 인간들의 회한과 웃음을 실어 나른다. 

그 겨울밤, 억울하게 목이 매달렸던 ‘자코’는 이제 하틀풀의 전설이 되어 영원히 항구를 지키고 있다.


이 글은 영국 하틀풀(Hartlepool)에 전해 내려오는 ‘원숭이 교수형(Monkey Hanger)’ 전설을 바탕으로 한 서사형 글입니다.

사건의 골격(전쟁 공포 속 오인·즉석 재판·처형·지역 별명 형성)은 널리 알려진 민담의 흐름을 따르되, 당시 인물의 대사·심리·현장 묘사는 독자의 몰입을 위해 소설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정확한 연도·장소·세부 경위처럼 동시대 1차 기록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부분은 전승의 성격을 감안해 단정하지 않으며, 본문은 “사실 확인”보다 “공포와 군중심리가 어떻게 비극을 만드는가”라는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둡니다.


A winter storm strikes the small English port of Hartlepool during the age of the Napoleonic wars. 

Rumors of French invasion have already primed the town for panic. 

When a shipwreck washes ashore, villagers find a strange survivor in a French-style uniform: not a man, but a monkey kept as a ship’s mascot. 

 Fear turns to certainty. 

The animal’s cries sound like secret French codes; its teeth become “proof” of hostile intent. 

In an improvised tavern court, the crowd demands a verdict, and the monkey is condemned as a spy and hanged on the beach. 

The horror later becomes a lasting local taunt—“Monkey Hangers”—and, with time, a dark emblem the town reclaims through humor and identity, showing how ignorance and mass hysteria can turn the innocent into enem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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