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타한, 낙원의 비극: 32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고립된 섬
제2차 세계대전의 포성이 막바지를 향해 울려 퍼지던 태평양.
일본의 패망이 짙어지던 이 시기, 전쟁의 광기는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외딴 섬까지 집어삼키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사이판에서 북쪽으로 약 117km 떨어진 북마리아나 제도의 작은 화산섬, 아나타한(Anatahan).
야자수가 무성하게 우거지고 에메랄드빛 바다가 감싸고 있는 이곳은 언뜻 보기에 지상 낙원과 같았지만, 문명 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된 고립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이 아름답지만 고립된 섬을 무대로,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인간의 본성과 욕망이 어떻게 뒤엉켜 비극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실화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생존기가 아니라, 32명의 남자와 단 한 명의 여자가 만들어낸 7년간의 처절하고도 미스터리한 연대기입니다.
문명의 규칙이 사라진 고립된 낙원에서, 인간은 과연 얼마나 인간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1. 지옥의 화염과 에메랄드빛의 함정 (1944년 6월)
1944년 6월의 태평양은 잔인할 만큼 푸르렀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수평선을 찢고 나타난 것은 죽음을 실은 미군 전투기 편대였습니다.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던 시기, 보급 임무를 띠고 항해하던 일본의 어선단(헤이스케마루(兵助丸), 아케보노마루(曙丸), 에비스마루(蛭子丸), 카이호우마루(海幸丸))은 이 거대한 바다 위에서 도망칠 곳 없는 사냥감이 되었습니다.
"적기다! 전원 전투 배치!"
선장의 비명이 채 끝나기도 전, 고막을 찢는 폭음과 함께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쳤습니다.
미군 기총소사(기관총 사격)가 갑판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목조 어선들은 맥없이 부서져 나갔습니다.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폭탄에 직격당한 배들은 거대한 불길을 내뿜으며 짐승처럼 울부짖었습니다.
불과 몇 분 만에 일본군과 선원들이 몸을 의탁했던 배들은 차가운 심연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가라앉는다! 뛰어내려! 여기 있으면 다 죽는다!"
불붙은 바다로 몸을 던진 사내들은 필사적이었습니다.
기름 냄새와 피 냄새가 진동하는 파도 속에서, 그들은 둥둥 떠다니는 나무 잔해 하나라도 붙잡기 위해 서로를 밀쳐냈습니다.
폐부 깊숙이 들이마신 바닷물은 독처럼 목을 조여왔고, 멀어지는 동료의 살려달라는 외침은 이내 파도 소리에 묻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절망의 끝에서 한 사내가 손가락으로 수평선의 희미한 윤곽을 가리켰습니다.
"섬이다! 저기 섬이 있어!"
그것은 사이판 북쪽의 작은 화산섬, 아나타한(Anatahan)이었습니다.
생존자들은 흐릿해지는 정신을 붙들고 그 섬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다리 근육이 비틀리고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살아야 한다는 원초적 본능이 그들을 밀어붙였습니다.
"살았다... 여긴가? 여기가 우리가 살 땅인가?"
마침내 모래사장에 발이 닿자, 사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땅바닥에 고꾸라졌습니다.
입안 가득 씹히는 모래마저 달콤하게 느껴질 정도의 안도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도는 찰나였습니다.
"정신 차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적기가 다시 돌아오면 우린 이 해안가에서 몰살당한다. 당장 숲으로 숨어!"
해군 하사관의 날카로운 지시에 생존자들은 무거운 몸을 일으켰습니다.
뭍에 발을 디딘 31명의 사내.
그들은 자신들이 도착한 이 아름다운 섬이 훗날 '녹색의 감옥'으로 불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태양 아래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마치 이들을 가두기 위해 입을 벌린 거대한 덫과 같았습니다.
2. 낯선 손님들과 붉은 입술의 여인: 위태로운 낙원
아나타한(Anatahan)은 정막한 섬이었습니다.
약 70여 명의 원주민이 야자 농장을 일구며 살아가던 이 외딴 땅에는 단 두 명의 일본인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일본 기업 남양흥발(南洋興發) 소속의 농원 기술원 주임 키쿠이치(농원주임)와, 그의 부하 직원의 아내였던 히가 카즈코(비가 화자, 당시 21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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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 카즈코 |
카즈코의 남편은 전쟁통에 다른 섬으로 발령을 받아 떠난 뒤 연락이 끊긴 상태였습니다.
광활한 태평양 한가운데, 남편도 없이 상관인 주임과 단둘이 남겨진 젊은 여인.
그녀에게 이 섬은 이미 고립된 성채와 같았습니다.
그런 그녀의 눈앞에 어느 날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바다에서 죽음의 문턱을 넘고 돌아온 31명의 사내(해군 10명, 선원 21명)가 해안가로 밀려든 것입니다.
"세상에... 저기 사람들이 있어요!"
정글 속에서 나타난 카즈코와 주임을 본 생존자들의 눈이 번뜩였습니다.
짠물에 절어 초점 잃은 눈동자들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반가움만이 아니었습니다.
찢어진 옷가지 사이로 드러난 카즈코의 젊은 육체와 붉은 입술을 본 순간, 사내들의 마음속에는 묘한 파동이 일었습니다.
이로써 섬의 일본인 남성은 주임을 포함해 총 32명. 여자는 단 한 명, 카즈코뿐이었습니다.
첫 만남은 기묘한 정적과 경계심으로 가득했습니다.
사내들은 카즈코를 훔쳐보며 침을 삼켰고, 주임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앞을 막아서며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허기가 그 모든 감정을 압도했습니다.
"살고 싶다면 협력해야 한다."
누구의 입에서 먼저랄 것도 없이 공동의 생존 전략이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낙원'이라 불리던 아나타한에서의 삶은 처절한 사투였습니다.
식량 전쟁: 섬에 방목되던 돼지와 닭은 굶주린 32명의 남자 앞에서는 간식에 불과했습니다.
가축이 금세 동나자, 그들은 정글을 뒤져 야자와 바나나를 닥치는 대로 훑었습니다.
그마저도 바닥이 나자 남자들은 징그러운 도마뱀을 찢고, 천장에 매달린 쥐를 사냥했습니다.
문명의 식탁은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원시의 거처: 그들은 뙤약볕과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야자 잎을 엮어 임시 막사를 지었습니다.
그룹을 나누어 농사를 짓고 고구마를 심으며, 마치 선사 시대의 부족 국가 같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일본인'이라는 동질감과 생존이라는 절박함이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배가 조금씩 차오르고 육체의 피로가 가시자, 사내들의 시선은 다시금 정글 너머 카즈코가 머무는 오두막으로 향했습니다.
밤이면 막사 안에는 눅눅한 정적 대신 거친 숨소리와 음산한 속삭임이 감돌았습니다.
32명의 시선이 단 한 명의 여자를 향해 쏟아지는 곳.
겉으로는 평화로운 농경 사회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욕망과 질투가 서서히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낙원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이제 거대한 감옥의 창살처럼 그들을 옥죄기 시작했습니다.
3. 봉인 해제된 욕망, 녹색 감옥의 탄생
1945년 8월, 아나타한의 정적을 깨뜨린 것은 거대한 강철 괴물, 미군 함정이었습니다.
해안가로 바짝 다가온 군함의 확성기에서는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일본은 무조건 항복했다! 전쟁은 끝났다! 전원 해안으로 나와 투항하라!"
하지만 1년 넘게 문명과 단절된 채 '황군(皇軍)의 기개'를 부여잡고 살던 사내들에게 그 소리는 그저 비겁한 술책으로 들릴 뿐이었습니다.
"속지 마라! 저건 우리를 끌어내 죽이려는 미군의 저질스러운 기만 전술이다!"
누군가 외치자 사내들은 일제히 정글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조국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엔 그들의 자존심은 너무 컸고, 고립은 너무나 깊었습니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그들만의 전쟁은 이제 막 서막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이 무렵, 섬에 남아있던 70여 명의 원주민들이 미군에 의해 모두 사이판으로 대피했습니다.
원주민들이 떠난 자리는 적막했지만, 그 적막은 곧 불길한 징조였습니다.
이제 섬에 남은 인간은 오직 일본인들뿐.
32명의 굶주린 늑대들과 단 한 마리의 양, 카즈코만 남겨진 완벽한 폐쇄 회로가 완성된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미군의 공습이 완전히 멈추자 섬에는 기묘한 '여유'가 찾아왔습니다.
죽음의 공포가 사라진 자리에 스며든 것은 '독'과 같은 권태였습니다.
사내들은 코코넛을 발효시켜 독한 술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밤마다 벌어지는 술판은 문명의 도덕을 마비시켰고, 뜨겁고 습한 열대의 공기는 억눌러왔던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했습니다.
"주임님, 그런데 카즈코 씨랑 정말 부부 맞습니까?"
술기운을 빌린 누군가의 도발적인 질문에 좌중은 얼어붙었습니다.
농원 주임과 카즈코가 사실은 서류상 부부가 아니라는 사실, 카즈코의 진짜 남편은 따로 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섬 전체로 퍼져 나갔습니다.
그 순간, 사내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상관의 아내'라는 금기가 깨지자 카즈코는 누구나 차지할 수 있는 '전리품'으로 전락했습니다.
사내들의 구애는 처음에 사소한 배려로 시작되었습니다.
남들보다 더 좋은 열매를 건네거나, 그녀의 오두막 근처를 서성이는 식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은 노골적인 집착으로 변했습니다.
길을 가다 옷깃을 스치고, 음흉한 농담을 던지며,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동료끼리 주먹다짐을 벌이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카즈코는 살기 위해 주임의 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주임의 여자가 되어 보호를 받으려 한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비극의 기름이 되었습니다.
주임은 31명의 사내가 내뿜는 시기어린 시선에 미쳐갔습니다.
"어딜 봐! 내 여자야! 다들 눈 깔아!"
주임의 질투는 광기에 가까워졌고, 카즈코를 향한 손찌검과 폭언으로 번졌습니다.
카즈코는 섬 전체가 자신을 노리는 거대한 눈동자처럼 느껴졌습니다.
정글은 더 이상 아늑한 은신처가 아니었습니다.
언제든 뒤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자신을 덮칠지 모른다는 공포.
아름다웠던 에메랄드빛 낙원은 그렇게 서서히, 숨소리조차 조심해야 하는 '녹색의 감옥'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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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속 한장면 |
4. 악마가 던진 선물: B-29의 잔해와 검은 강철 (1946년 8월)
1946년 8월, 아나타한의 찌는 듯한 열기 속에서 사내들은 여전히 원시적인 삶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량을 구하기 위해 험준한 산맥을 타던 몇몇 사내들이 정글 한복판에서 기괴하게 뒤틀린 은빛 금속 덩어리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전쟁 중 추락한 미군의 거대 폭격기, B-29의 잔해였습니다.
잔해는 이미 녹슬고 부식되어 있었지만, 그 속에서 이와이(岩井)와 야마나카(山中)라는 두 사내가 찾아낸 것은 섬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지옥의 열쇠'였습니다.
고장 난 콜트 권총 3정과 실탄 70발.
이 발견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했으나, 권력에 대한 탐욕은 숨길 수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밤마다 남몰래 모여 쇳덩이를 닦고 기름칠했습니다.
부품을 갈고 조이는 집요한 작업 끝에, 마침내 '찰칵' 하는 서늘한 금속음과 함께 두 자루의 권총이 죽음의 숨을 되찾았습니다.
그 순간, 아나타한에 남아있던 희미한 이성과 문명은 증발해 버렸습니다.
지금껏 유지되던 군대의 계급, 선후배 간의 예우, 사회적 도덕은 한낱 낡은 종잇장보다 가벼워졌습니다.
허리춤에 꽂힌 검은 총구는 그 자체로 절대적인 법이었습니다.
어제까지 주임인 키쿠이치(菊地)에게 굽실거리던 이들은 이제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이 작은 구멍 하나면, 주임이고 대장이고 한순간에 끝장낼 수 있지. 안 그런가?"
야마나카와 이와이는 총구를 앞세워 카즈코와 키쿠이치가 사는 거처를 점령했습니다.
키쿠이치는 분노에 몸을 떨었지만, 미간에 들이밀어진 차가운 강철의 촉감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제부터 카즈코는 우리 둘이 관리한다. 토 다는 놈은 이 자리에서 대가리에 구멍을 내주지."
야마나카의 서늘한 선언에 30명에 가까운 사내들은 침묵했습니다.
분노보다 앞선 것은 압도적인 공포였습니다.
이제 아나타한의 밤은 더 이상 술잔을 기울이던 방탕한 밤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총구를 겨누고 있지는 않을지, 내일 아침 내가 시체가 되어 정글에 버려지지는 않을지 의심해야 하는 '총구의 통치'가 시작된 것입니다.
총을 가진 자가 여자를 얻고, 총을 가진 자가 생사를 결정한다.
이 잔인하고 명쾌한 규칙이 세워지는 순간, 아름다웠던 에메랄드빛 낙원은 피 냄새 진동하는 도살장으로 변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5. 피의 연대기: 죽음으로 증명하는 소유의 법 (1947~1949)
권총 두 자루가 아나타한의 정적을 깨운 순간부터, 섬은 거대한 도살장이 되었습니다.
문명이 거세된 자리에 들어선 것은 '총구'라는 단 하나의 법이었습니다.
5.1. 침묵의 방아쇠와 공포의 통치
B-29의 파편에서 권총을 되살려낸 이와이(岩井)와 야마나카(山中)는 더 이상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허리춤에 찬 검은 강철을 보이며 카즈코의 거처로 당당히 걸어 들어갔습니다.
"이제부터 카즈코는 우리 둘이 지킨다. 불만 있는 놈은 앞으로 나와 봐."
이와이의 서늘한 선언에 사내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평소 이들에게 반항적이던 한 선원이 정글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이와이는 피 묻은 손을 바다에 씻으며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야자수를 따다 발을 헛디뎠더군. 운이 없으면 죽는 게 이 섬의 법칙이지. 안 그래?"
그것은 명백한 처형이었습니다.
사내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습니다.
'추락사'라는 말은 이제 '우리의 뜻을 거스르면 누구든 이렇게 된다'는 공포의 수식어가 되었습니다.
5.2. 권력의 균열: "동료는 없다, 오직 주인뿐"
하지만 절대 권력은 공유될 수 없었습니다.
카즈코를 사이에 둔 이와이와 야마나카 사이에도 서늘한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밤, 야마나카가 갑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습니다.
입가에 거품을 문 채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동료를 보며 이와이는 그저 무표정하게 권총을 매만졌습니다.
"야마나카,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총은 두 자루인데 여자는 한 명뿐이지 않나."
결국 야마나카는 숨을 거두었고, 섬의 모든 화력은 이와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이와이는 이제 아나타한의 신(神)이었습니다.
그는 카즈코의 첫 번째 보호자였던 키쿠이치(菊地)를 노예처럼 부렸고, 카즈코를 자신의 오두막에 가두었습니다.
사내들은 이와이가 지나갈 때마다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해야 했습니다.
5.3. 뒤바뀐 포식자: 바다가 삼킨 절대자
이와이의 천하도 영원하지 않았습니다.
1949년의 어느 새벽, 섬 전체를 뒤흔드는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절대 권력자 이와이가 낚시를 하러 나갔다가 종적을 감춘 것입니다.
바닷가에는 그가 신던 낡은 신발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습니다.
"이와이가 죽었다고? 그 수영 잘하던 놈이 익사를 해?"
"누군가 뒤에서 밀었겠지. 아니면 잘 때 목이라도 졸랐거나."
사내들은 수군거렸지만, 마음 한구석엔 기묘한 해방감과 탐욕이 동시에 피어올랐습니다.
주인을 잃은 권총 두 자루는 이제 다시 정글 어딘가로 흩어졌습니다.
누군가 몰래 이와이의 시신에서 총을 수습했다는 소문이 돌자, 섬은 다시금 피비린내 나는 눈치 싸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5.4. 잔혹한 식탁: 키쿠이치의 마지막 식사
이와이가 사라진 뒤, 권총은 모리(森)를 포함한 새로운 세력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은 이전보다 더 잔인했습니다.
특히 카즈코의 '첫 남자'라는 상징성을 가진 농원 주임 키쿠이치는 그들에게 눈엣가시였습니다.
"주임님, 고생이 많으신데 이 고기 좀 드시지요."
모리가 건넨 고기를 먹은 키쿠이치는 그날 밤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극심한 구토와 경련 끝에 그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카즈코는 차갑게 식어가는 키쿠이치의 시신 곁에서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다음 차례는 자신이 될 수도, 혹은 자신을 차지한 저 사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5.5. 광기의 종말: 이름 없는 무덤들의 행렬
이후 1년 동안, 아나타한은 그야말로 지옥의 풍경이었습니다.
갑판장급 인물들이 줄줄이 '사고'를 당했습니다.
산에서 떨어지고, 식중독에 걸리고, 자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소식이 매주 들려왔습니다.
"이보게, 어제 나카무라가 안 보이던데 어디 갔나?"
"말 조심하게. 자네도 내일 '추락사'하고 싶지 않으면."
이제 남자들은 셋 이상 모이지 않았습니다.
잠을 잘 때도 서로의 손을 묶거나, 문 앞에 함정을 설치해야 했습니다.
7년 동안 사라진 13명의 사내.
그들은 모두 한 여자를 원했고, 그 여자를 얻기 위해 동료의 등에 칼을 꽂았습니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시신을 처리하는 거대한 무덤이 되었고, 아름다운 야자수 잎은 피비린내를 가리는 가마니가 되었습니다.
사내들은 이제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총구만을 믿는 굶주린 짐승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카즈코는, 자신이 이 광기를 멈출 유일한 '제물'이 될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습니다.
6. 파국: 피로 쓴 휴전 협정, 그리고 배신 (1950년)
섬 전체가 시체 썩는 냄새와 불신으로 가득 차자, 남은 사내들 사이에서는 묘한 패배감이 감돌았습니다.
32명으로 시작했던 일본인 공동체는 이제 20명 남짓으로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이러다간 미군이 오기도 전에 서로의 손에 몰살당할 것이라는 공포가 그들을 짓눌렀습니다.
이때, 생존자 중 최고 연장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재안을 내놓았습니다.
그것은 인류가 문명을 만들 때 가졌던 원시적인 합의와도 같았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린 다 죽는다. 살육을 멈추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사내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세 가지 파격적인 제안을 던졌습니다.
카즈코가 정식으로 남편을 한 명 선택한다.
나머지 남자들은 그 관계를 침범하지 않으며, 두 사람을 축복한다.
모든 비극의 씨앗인 권총 두 자루는 부수어 바다 깊은 곳에 버린다.
절망에 빠져있던 사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카즈코는 살기 위해, 그리고 평화를 위해 한 남자를 남편으로 지목했습니다.
7년 만에 섬에는 기괴한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사내들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코코넛 술로 그들을 축복했고, 철제 망치로 권총을 내리쳐 차가운 태평양 바다로 던져버렸습니다.
"이제 끝났다. 이제 우린 다시 형제가 되는 거야."
하지만 그 평화는 코코넛 껍질보다도 얇았습니다.
총구는 사라졌지만, 가슴 속에 응어리진 질투와 증오까지 바다에 던질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6.1. 화살은 여자에게로 향하다
총이 사라지자 사내들은 깨달았습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끔찍한 살육의 기억, 동료의 목을 조르고 등에 칼을 꽂았던 그 죄책감을 감당할 길이 없다는 것을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추악함을 전가할 대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여자만 없었어도 이와이나 야마나카가 죽을 일이 있었겠나?"
"맞아. 그 여자가 꼬리를 치지만 않았어도 우리끼리 피를 볼 일은 없었어."
비겁한 공감대가 순식간에 섬을 휩쓸었습니다.
어제까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살인을 불사하던 사내들이, 이제는 그녀를 '모든 악의 근원'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들은 카즈코를 죽임으로써 자신들의 죄를 씻어내기로 합의했습니다.
'공동의 적'을 만듦으로써 무너진 형제애를 회복하려는 섬뜩한 결속이었습니다.
6.2. 빗속의 경고: "당신을 죽이기로 했소"
집행 전날 밤, 아나타한에는 유독 거센 빗줄기가 쏟아졌습니다.
오두막에서 불안한 잠을 청하던 카즈코의 귀에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을 열자 온몸이 젖은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한 사내가 서 있었습니다.
카즈코를 진심으로 연모했던, 혹은 일말의 양심이 남았던 인물이었습니다.
"카즈코 씨... 당장... 당장 이 자리를 피해야 하오!"
"무슨 일이에요? 왜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오늘 밤, 남자들이 합의했소. 당신을 죽이기로 말이오. 당신만 죽으면 이 섬에 평화가 올 거라고 믿고들 있어. 제발, 뒤도 돌아보지 말고 정글로 도망쳐요!"
카즈코는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7년을 버텼습니다.
누군가의 여자가 되고,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며 오직 살기 위해 굴욕을 견뎠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결과가 '죽음의 제물'이라니.
"내가...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 난 그저 시키는 대로 살았을 뿐인데!"
억울함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울 시간이 없었습니다.
멀리서 횃불을 든 사내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카즈코는 맨발로 빗물 섞인 진흙탕을 밟으며 어두컴컴한 정글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등 뒤에서는 광기에 찬 사내들의 고함이 빗소리를 뚫고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7. 정글의 탈출자, 그리고 지옥에서 돌아온 유령들 (1950년~1951년)
사내들의 칼날을 피해 정글로 몸을 던진 히가 카즈코의 삶은 그야말로 짐승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20여 명의 사내를 피해, 그녀는 인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험준한 산악 지대로 숨어들었습니다.
가시덤불에 온몸이 찢겨 피가 맺혔고, 밤이면 추위와 굶주림에 몸을 떨었습니다.
그녀를 버티게 한 것은 오직 하나, '이대로 억울하게 죽을 수는 없다'는 처절한 생존 본능이었습니다.
7.1. 수평선의 기적: 흰 천의 절규
1950년 6월의 어느 날, 정글 바위틈에 숨어 바다를 살피던 카즈코의 눈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포착되었습니다.
수평선 너머로 거대한 회색 함정이 보인 것입니다.
그것은 미군 군함이었습니다.
카즈코는 이성을 잃고 해안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정글에서 자신을 노리던 사내들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보다, 저 배를 놓치면 영영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더 컸습니다.
그녀는 찢어진 흰색 옷가지를 깃발처럼 흔들며 미친 듯이 소리쳤습니다.
"여기 사람이 있어요! 살려주세요! 제발!"
마침내 미군 함정에서 보트가 내려졌습니다.
6년 8개월 만에 밟아보는 문명 세계의 철판.
그녀의 나이는 서른을 바라보는 28세였지만, 거울 속의 모습은 7년간의 풍파에 찌든 초라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보트에 올라타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그것은 비극적인 아나타한의 여왕벌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처절한 탈출이었습니다.
7.2. 여자가 사라진 섬: 남겨진 자들의 광기
카즈코가 사라진 뒤, 아나타한 섬은 더 기괴한 침묵에 빠졌습니다.
분노의 대상이었던 여자가 사라지자, 사내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저지른 짓들을 대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죽음의 그림자는 섬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카즈코가 남편으로 선택했던 사내는 원인 모를 병에 걸려 고통 속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또 다른 한 명은 과거 권력 다툼 중에 입었던 상처가 악화되어 비명을 지르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자가 없어도 죽음은 계속되었고, 남은 사내들은 서로의 얼굴을 볼 때마다 죽은 동료들의 환영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일본의 패배를 여전히 부정하며, 미군이 투항을 권고할 때마다 정글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 자신들만의 고립된 전쟁을 이어갔습니다.
7.3. 7년 만의 항복: 가족의 목소리
1951년 6월, 고집스럽게 항전을 이어가던 사내들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가해졌습니다.
미군이 섬 상공에서 수천 장의 전단을 뿌린 것입니다.
그 전단에는 미군이 쓴 선전 문구가 아닌, 일본에 있는 그들의 부모, 형제, 아내들이 직접 쓴 눈물의 편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전쟁은 오래전에 끝났다. 제발 살아서 돌아와다오."
"아이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무기를 버리고 나와라."
삐뚤삐뚤한 손글씨로 적힌 가족들의 이름을 본 순간, 사내들의 완고했던 마음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졌습니다.
1951년 6월 30일, 마침내 최후의 생존자 20명이 해안가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들은 미군을 향해 일제히 거수경례를 하며 항복했습니다.
7년 전 32명으로 시작했던 이 공동체는, 13명의 동료를 섬의 흙 속에 묻은 채 20명의 유령 같은 몰골로 세상에 복귀했습니다.
7.4. 지옥의 막을 내리며
그들이 아나타한을 떠나던 날, 섬은 언제 피비린내 나는 살육이 있었냐는 듯 평화로운 녹색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배에 오른 사내들 중 누구도 섬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돌아간 일본은 이미 폐허를 딛고 재건이 한창인 낯선 나라였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영웅 대접을 받을 줄 알았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섬에서 저지른 잔혹한 행위들에 대한 추궁과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었습니다.
7년간의 아나타한 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그들의 가슴속에 박힌 파편은 평생 그들을 따라다니며 괴롭히게 됩니다.
여왕벌의 귀환: 끝나지 않은 아나타한의 저주
1951년 7월, 요코하마 항구는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7년 만에 지옥에서 돌아온 20명의 사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였지만, 대중의 눈길이 닿은 곳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1년 전 먼저 귀국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인, 히가 카즈코였습니다.
1. 사회가 던진 주홍글씨, '여왕벌'의 낙인
일본 열도는 곧장 광기에 휩싸였습니다.
패전 후 실의에 빠져있던 일본 대중에게 아나타한의 이야기는 더할 나위 없이 자극적인 먹잇감이었습니다.
언론은 그녀에게 ‘아나타한의 여왕벌’, ‘32명의 사내를 파멸시킨 독부(毒婦)’, ‘남자를 잡아먹는 여자’라는 잔인한 수식어를 붙였습니다.
"그 좁은 섬에서 혼자 여자로 있으면서 얼마나 즐겼겠어?"
"남자들을 홀려 서로 죽이게 만든 게 바로 저 여자라며?"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생존을 위해 폭력 앞에 굴복해야 했던 피해자였다는 사실, 권총을 든 사내들의 강압적인 착취 속에서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를 견뎌냈다는 진술은 선정적인 기사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카즈코는 정글이라는 녹색의 감옥을 탈출했지만, 일본 사회가 촘촘하게 엮어놓은 '편견'이라는 더 거대한 감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2. 영화 출연과 눈물의 변명
쏟아지는 비난과 왜곡된 시선 속에서 카즈코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섬에서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파격적인 선택을 합니다.
1953년, 자신의 실화를 다룬 영화 <아나타한 섬의 진상은 이렇다>에 본인이 직접 주연으로 출연한 것입니다.
스크린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공포와 슬픔을 연기하며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나는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곳은 낙원이 아니라 지옥이었습니다."
당시 그녀를 소재로 한 영화가 두 편이나 제작되었습니다.
하나는 할리우드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네기시 아케미가 주연한 예술 영화였고, 다른 하나는 카즈코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출연한 '아나타한 섬의 진상은 이렇다'였습니다.
하지만 대중은 냉담했습니다.
오히려 "자기 치부를 팔아 돈을 번다"며 비아냥거렸고, 그녀의 연기는 예술이 아닌 한낱 가십으로 소비되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아나타한 찻집'을 열고 생계를 이어갔지만, 손님들은 커피 맛이 아닌 '여왕벌'의 얼굴을 구경하러 오기 바빴습니다.
3. 고독한 최후, 그리고 남겨진 질문들
카즈코는 이후 재혼을 하여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려 애썼습니다.
과거를 지우고 이름 없는 삶을 살고 싶어 했지만, 아나타한이라는 그림자는 평생 그녀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1972년, 그녀는 50세라는 이른 나이에 뇌종양으로 쓰러졌습니다.
7년간의 고립과 귀국 후 20년간 이어진 사회적 타살 속에서 그녀의 몸과 마음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죽음은 조용했고, 한때 그녀를 향해 펜대를 휘두르던 언론들도 죽음 앞에서는 침묵했습니다.
4. 낙원의 민낯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
아나타한 사건은 단순히 한 여자를 둘러싼 치정극이나 가십거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전쟁과 고립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리고 '문명'이라는 질서가 얼마나 연약한 유리판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잔인한 보고서입니다.
법이 사라진 곳에서 권총은 신이 되었고, 이성은 본능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섬에 남겨진 사내들은 동료를 죽이고도 "여자가 원흉이다"라며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이는 고립된 섬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군중 심리와 책임 회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섬뜩하게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로 둘러싸인 아나타한.
그곳에서 벌어진 7년간의 악몽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그 섬에 있었다면, 끝까지 인간으로 남을 수 있었겠는가?"
낙원의 가면을 쓴 그 지옥의 기록은, 인간 본성의 가장 밑바닥을 비추는 거울로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 남아있습니다.
이 글은 ‘아나타한 사건’으로 알려진 실화의 큰 흐름을 바탕으로, 독자의 몰입을 위해 장면 전개와 심리 묘사, 대사, 세부 상황을 서사적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당시 기록과 증언에는 서로 엇갈리거나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 존재할 수 있으며, 특정 인물에 대한 단정적 비난이나 선정적 해석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또한 전쟁, 고립, 폭력, 성적 착취 암시, 살해 등 민감한 소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읽는 데 불편함이 있다면 중단해도 괜찮습니다.
이 글은 연대기 강의가 아니라 재구성 서사이며, 사실 관계가 불확실한 대목은 (전승), 해석이 갈리는 지점은 (논쟁)으로 표기하는 방식을 따릅니다.
등장 인물·지명·용어는 첫 등장 시 괄호로 간단히 덧붙이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In June 1944, survivors from Japanese boats bombed in the Pacific reached Anatahan, a tiny volcanic island in the Northern Marianas.
They joined two Japanese residents and Kazuko Higa—the only woman among 32 men.
Cut off for years, they dismissed surrender broadcasts, and after the islanders left their closed world slid into hunger, alcohol, jealousy, and power struggles.
In 1946 pistols salvaged from a crashed B-29 became absolute authority: gun rule replaced rank, and “accidents” and murders followed. In 1950, chasing peace, the men destroyed the weapons and tried to make Kazuko the scapegoat, planning to kill her.
She escaped and was rescued; the remaining men surrendered in June 1951 after leaflets carried letters from home.
The aftermath—rumors, blame, and unanswered deaths—remains a stark lesson in how isolation can unravel mor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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