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100년의 역사: 정밀 광학의 제왕이 되기 위한 투쟁
탄생과 암흑 속의 담금질 (1917년 ~ 1945년)
1917년, 일본 도쿄.
당시 일본 정부는 열강들의 기술력에 의존하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의 주요 광학사 세 곳, 후지이(藤井), 이와하시(岩橋), 그리고 가타오카(片岡)의 광학 부문을 강제적으로 합병시켰다.
목표는 단 하나, 유럽, 특히 독일의 칼 자이스(Carl Zeiss)로 대표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광학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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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콘 로고 |
새로 태어난 회사의 이름은 일본광학공업 주식회사(日本光学工業, Nippon Kōgaku Kōgyō).
이들은 창립 초기부터 군사용 망원경, 항공기 조준경, 전함의 거리 측정기 등 오직 '정밀함'만이 생명인 군수품 제작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일본인 광학 기술자들이 독일 베를린과 예나로 파견되어 최신 기술을 흡수했고, 돌아와서는 혹독한 훈련과 실험을 반복했다.
이 지독한 담금질이 훗날 'Nikkor'라는 전설적인 렌즈 브랜드의 초석이 되었다.
하지만 정밀함에 대한 집착은 곧 파멸로 이어졌다.
1945년, 일본의 패전과 함께 군수 산업은 산산조각 났다.
그들의 공장은 잿더미가 되었고, 정교하게 깎았던 모든 망원경과 조준 장치는 쓸모없는 고철이 되었다.
회사는 해산 위기에 처했고, 수천 명의 기술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절망 끝에서 발견한 민수 시장 (1946년 ~ 1950년)
패전 후, 일본광학공업에게 남은 것은 오직 '기술력' 뿐이었다.
살기 위해 그들은 이제 일반 대중을 위한 제품, 바로 카메라와 안경 제조로 눈을 돌렸다.
1948년, 마침내 회사의 첫 번째 민수용 렌즈교환식 카메라 니콘 I(Nikon I)이 세상에 나왔다.
당시 서구 시장은 라이카(Leica)와 콘탁스(Contax)라는 두 거인이 지배하고 있었고, 니콘의 카메라는 '동양의 모방품' 정도로 여겨지며 철저히 외면받았다.
심지어 니콘 I의 필름 포맷이 당시 표준이었던 24x36mm가 아닌 독자 규격(24x32mm)을 채택하는 치명적인 실수까지 저질렀다.
이 문제는 곧바로 해결되었으나, '니콘'이라는 이름은 싸구려 아류작의 꼬리표를 떼기 어려웠다.
회사의 미래는 안갯속이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세상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그들이 만든 렌즈들은 서구의 명품 렌즈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으나, '일본제'라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되었다.
이 암울한 시기, 일본광학공업은 필사적인 심정으로 자사의 렌즈를 해외 시장에 내놓았다.
이 렌즈들이 바로 Nikkor(닛코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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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kkor 렌즈들 |
전장의 심판: 한국 전쟁의 기적 (1950년 ~ 1959년)
1950년, 모든 역사를 뒤바꾼 사건이 터졌다.
한국 전쟁(Korean War) 발발.
전 세계의 기자들이 일본을 거쳐 한반도로 향했다.
그중에는 당대 최고의 종군 사진기자였던 데이비드 더글러스 던컨(David Douglas Duncan, DDD)도 있었다.
전장 속에서 던컨이 사용하던 독일제 카메라 렌즈가 문제를 일으켰고, 그는 일본 도쿄의 한 카메라 가게에서 우연히 전시된 니콘의 Nikkor 렌즈를 발견했다.
가격이 저렴했던 이 렌즈를 던컨은 별 기대 없이 구매하여 전선으로 가져갔다.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던컨이 니콘 렌즈로 담아낸 한국 전쟁의 이미지는, 기존의 어떤 서구 광학기로도 구현하지 못했던 압도적인 선명도와 해상력을 자랑했다.
그가 Nikkor 렌즈로 찍은 사진들은 세계적인 잡지 '라이프(LIFE)'에 실렸고, 던컨은 기사 말미에 니콘 렌즈의 성능을 극찬하는 코멘트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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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더글라스 던컨 |
이것은 기적과도 같았다.
유럽의 거인들이 쌓아 올린 수십 년의 벽이, 단 한 장의 사진과 세계적 거장의 보증 한마디로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Nikkor는 하루아침에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 보석'으로 불리며 전 세계 프로 사진가들의 열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는 니콘에게 단순한 성공이 아닌,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자격'이라는 명예를 안겨주었다.
F의 시대: 황금기를 지배하다 (1959년 ~ 1980년대)
세계적인 성공을 등에 업은 일본광학공업은 1959년, 사진 역사를 바꾼 기념비적인 카메라를 발표했다.
바로 니콘 F(Nikon F)였다.
니콘 F는 혁신적인 일안 반사식 카메라(SLR)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모듈식 설계: 뷰파인더(Viewfinder), 스크린, 모터 드라이브 등을 필요에 따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견고함: 항공기에 사용되는 티타늄 포일을 셔터막에 사용하여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자랑했다. (후기에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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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콘의 F 시리즈 |
니콘 F는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 프로 사진계의 '새로운 제왕'이 되었다.
경쟁사들이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이미 니콘은 거대한 F 마운트 렌즈 시스템이라는 강력한 성벽을 구축한 뒤였다.
특히 베트남 전쟁의 포화 속에서, 그리고 NASA의 아폴로 우주 계획에서 극한의 신뢰성을 증명하며 니콘은 '프로페셔널의 상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1970년대에는 니콘 F2, 1980년대에는 전설적인 산업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디자인한 니콘 F3까지 연이어 성공을 거두며, 니콘의 황금기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영역에 도달했다.
캐논과의 일전: 디지털 시대의 고뇌 (1980년대 ~ 현재)
그러나 영원한 왕좌는 없었다.
1987년, 경쟁사였던 캐논(Canon)이 혁신적인 EOS 시스템을 선보이며 니콘에 도전장을 던졌다.
캐논은 모든 것을 버리고 렌즈와 바디가 전자적으로 소통하는 새로운 'EF 마운트'를 도입하며 자동 초점(AF, Autofocus) 시대를 선점했다.
반면 니콘은 수십 년간 쌓아 올린 F 마운트의 유산을 포기하기 어려웠다.
오래된 렌즈도 새 바디에 장착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고집했지만, 이것이 때로는 '변화를 주저하는 족쇄'가 되었다.
니콘은 느리게 자동 초점 시스템을 개선했지만, 캐논의 EOS 시스템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갔다. (논쟁: F 마운트 호환성 고수가 장기적으로 실책이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음)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카메라(DSLR) 시대로의 전환은 니콘에게 또다시 시련을 안겼다.
여전히 F 마운트를 기반으로 D1, D2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프로 시장을 지켰지만, 캐논은 디지털 센서 기술과 AF 기술에서 한발 앞서 나가며 니콘과의 격차를 좁혀나갔다.
이 시기, 니콘은 '기술의 니콘'이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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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에 출시한 D3 |
최종 맹세: 미러리스 Z의 새로운 시작 (2018년 ~ 현재)
2010년대 중반, 스마트폰 카메라와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DSLR 시장 자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니콘은 100년 역사를 지탱해 온 F 마운트와의 작별이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2018년, 니콘은 광학 기술의 모든 정수를 쏟아부은 새로운 시스템, Z 마운트와 Z 시리즈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였다.
이는 창립 초기, 정밀 광학을 향한 '어둠 속의 약속'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결정이었다.
더 넓어진 마운트 구경, 더 짧아진 플랜지백(Flange Back)은 기존 F 마운트로는 불가능했던 궁극의 광학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최종 선언이었다.
니콘의 100년 역사는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황금기와, 그 유산을 지키기 위한 고통스러운 투쟁, 그리고 미래를 향한 과감한 도약으로 점철되어 있다.
니콘은 지금도 그들이 가진 정밀 광학 기술의 정수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의 '제왕'이 되기 위한 멈추지 않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 글은 신뢰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니콘 100년사를 사실 중심으로 서술하되, 이해를 돕기 위해 장면·표현을 부분적으로 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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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 1917 merger focused on military optics, Nikon honed extreme precision, then pivoted after 1945 to civilian cameras.
Early missteps (Nikon I format) gave way to global respect when Nikkor lenses wowed war photographers in Korea.
The Nikon F system crowned the pro era and even flew on NASA missions.
Canon’s EOS autofocus and the digital shift eroded its lead, but 2018’s Z mount marked a bold reboot—wider throat, shorter flange, and renewed optical am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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