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 트롤 지도자 볼진, 호드의 대족장이 된 사나이 (Vol'jin)




 이 글은 『Warcraft Encyclopedia』, 블리자드 공식 설정집, 

게임 내 퀘스트 대사와 연대기를 참고했으나

독자의 몰입을 위해 문학적 상상과 서사적 각색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그대로의 연대기가 아닌, 드라마와 긴장감을 살린 소설체 서술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인물과 사건에는 이해를 돕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북소리가 울렸다.

로아(트롤의 신령)들의 속삭임이 밀림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붉은 눈빛을 반짝이며 서 있는 한 트롤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볼진(Vol'jin, 트롤 전사이자 지도자, 다크스피어 부족 추장).




볼진은 다크스피어 부족의 지도자로 태어나, 그 운명은 평탄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 센진(Sen'jin, 다크스피어 추장)은 오크들의 대족장 스랄(Thrall)과 손을 잡으며 새로운 미래를 열었지만, 결국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의 희생은 젊은 볼진의 심장을 불태웠다.

“내 부족을 지켜야 한다. 내 피와 영혼을 걸고.”

그는 그날부터 부족의 생존과 명예를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다.


다크스피어 부족은 약소한 트롤 무리였다.

밀림의 거대한 제국, 줄구룹이나 아마니 부족에 비하면 미약했다.

그러나 볼진은 굴하지 않았다.

그는 오크들과 동맹을 맺었고, 대족장 스랄을 형제처럼 따르며 호드(Horde, 오크를 중심으로 한 연맹)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볼진은 단순한 전사가 아니었다.

그는 로아와 교감하는 그림자사냥꾼(Shadow Hunter)이었다.

로아의 힘을 빌려 예언을 보고, 영혼과 대화하며, 어둠과 빛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자.

그의 목소리에는 늘 신비와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로아께서 말씀하시네. 우리 길은 험난하지만, 영광의 끝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나 볼진의 삶은 언제나 시련이었다.

호드의 새로운 대족장 가로쉬 헬스크림(Garrosh Hellscream)이 권력을 잡았을 때, 볼진은 그의 길이 파멸을 향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는 가로쉬에게 맞서며 말했다.

“호드는 피와 분노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네. 명예와 신뢰로 뭉치는 거야.”

그 말은 곧 반역의 낙인이 되었고, 그는 암살 시도를 당해 치명상을 입었다.

그러나 로아의 신 분두(Bwonsamdi, 죽음의 로아)가 그를 살려냈다.

그날 이후 볼진은 더욱 강인해졌다.


결국 볼진은 반란을 이끌었다.

오크, 트롤, 타우렌, 판다렌까지 그와 함께 가로쉬에 맞섰다.

그는 호드의 영혼을 지켜낸 지도자였다.

그리고 가로쉬가 몰락한 뒤, 볼진은 호드의 대족장 자리에 올랐다.

이는 트롤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오랫동안 오크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트롤이, 마침내 호드의 심장이 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잔혹했다.

불타는 군단과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을 때, 볼진은 전선에서 부상을 입었다.

상처는 깊었고, 로아조차 그의 생명을 붙들지 못했다.

죽음이 다가오자, 그는 로아의 속삭임을 들었다.

“후계자는 실바나스 윈드러너(Sylvanas Windrunner, 포세이큰의 여왕)다.”

볼진은 혼란스러웠다.

실바나스는 믿음직한 동맹이 아니었지만, 로아의 계시는 분명했다.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호드 앞에서 선언했다.

“내 뒤를 이을 대족장은… 실바나스다.”


그 말은 호드의 운명을 다시 뒤흔들었다.

실바나스가 이끄는 호드는 또 다른 분열과 고통을 맞았고, 볼진의 유산은 끝없는 논쟁 속에 남았다.


죽음 속에서도 볼진의 영혼은 편히 쉬지 못했다.

그는 그림자 속에서 분두와 대화를 이어갔고, 실바나스의 진실을 지켜보며 분노했다.

그의 혼은 다시 불려나와, 호드의 미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되었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는가? 로아는 왜 나를 이렇게 시험하신 건가?”


볼진은 실패한 지도자인가, 아니면 희생을 감수한 예언자인가.

그의 이름은 여전히 호드의 전사들 입에서 오르내린다.

그의 삶은 부족을 위한 헌신이었고, 그의 죽음은 호드의 운명을 뒤흔드는 씨앗이 되었다.


오늘도 다크스피어의 밀림 어딘가에서, 북소리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호드는 명예로 살아야 한다. 로아께서 지켜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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