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숨겨진 반쪽, 건국의 어머니 알영부인 이야기
신라의 시작, 왕과 왕비가 아닌 '두 성인(二聖)'
신라를 세운 시조는 박혁거세라고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와 동등한 지위에서 나라를 함께 연 ‘건국의 어머니’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 주인공은 바로 알영부인(閼英夫人)입니다.
우리는 흔히 그녀를 혁거세의 왕비 정도로만 기억하지만, 신라 건국 신화는 그녀를 박혁거세와 동등한 권위를 가진 신성한 시조, 즉 이성(二聖) 중 한 사람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영의 이야기는 단순한 건국 시조의 배우자 설화를 넘어섭니다.
현대의 연구들은 본래 알영이 신라의 모태가 된 나라에서 숭배받던 최고 조상신이었으나, 신라가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과정에서 그 위상이 재편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이 놀라운 관점을 나침반 삼아, 우리는 알영부인의 신비로운 탄생 설화 속에 숨겨진 단서들을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신라 건국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1. 신비로운 탄생: 알영정에서 용의 겨드랑이에서 태어난 아이
『삼국유사』는 알영의 탄생을 박혁거세만큼이나 비중 있고 경이롭게 묘사합니다.
자, 이제 알영의 탄생 설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시죠.
어느 날, 신라의 수도 서라벌 사량리(沙梁里)에 있는 알영정(閼英井) 이라는 우물가에서 하늘과 땅이 조응하는 경이로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계룡(鷄龍), 즉 닭과 용이 합쳐진 상서로운 동물이 나타난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계룡은 자신의 왼쪽 겨드랑이에서 여자아이 하나를 낳았다고 전해지며, 일설에는 용이 나타나 죽자 그 배를 갈라 아이를 얻었다는 더욱 기이한 이야기가 덧붙여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얼굴과 모습이 매우 고왔지만, 한 가지 기이한 특징이 있었습니다.
바로 입술이 마치 '닭의 부리' 와 같은 모양이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신비로운 아이를 월성(月城) 북쪽의 냇물 "발천(撥川/發川)"으로 데려가 목욕을 시켰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닭의 부리와 같던 입술이 떨어져 나가고, 온전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비범하게 태어나 정화 의식을 통해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난 알영의 이야기는,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신라의 정체성과 깊이 관련된 중요한 상징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2. 설화 속 상징 읽기: 계룡, 우물, 그리고 닭 부리의 의미
계룡의 겨드랑이에서 태어나 닭의 부리를 가졌다는 이 기이한 이야기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신라인들은 이 상징 속에 어떤 비밀을 숨겨 놓았을까요?
설화 속 핵심 상징들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계룡(鷄龍): 닭과 용의 만남
알영을 낳은 ‘계룡’은 닭(鷄)과 용(龍)이 결합된 신성하고 상서로운 동물입니다.
신화에서 닭은 새로운 시작과 빛을, 용은 물과 생명, 그리고 왕권을 상징합니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모두 지닌 이 특별한 존재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은 알영의 신성한 혈통을 암시합니다.
특히 결정적인 단서는 신라의 또 다른 이름이 계림(鷄林) 이라는 점입니다.
『삼국유사』는 나라 이름을 계림이라 정한 것이 ‘왕(王)’이 계정(鷄井), 즉 닭의 우물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며, ‘계룡이 상서로움을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명확히 설명합니다.
일부 남성 중심 사관의 학자들은 이를 박혁거세가 태어난 ‘나정(蘿井)’의 오기(誤記)라고 주장했지만, ‘계룡’이라는 구체적인 부연 설명은 이 기록의 주인공이 계룡에게서 태어난 알영임을 명백히 증명합니다.
그녀의 탄생은 나라의 이름과 직결될 만큼 중대한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알영정(閼英井): 생명의 원천, 우물
신라 건국 신화에서 '우물(井)'은 시조 탄생의 핵심 공간으로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박혁거세가 나정(蘿井)에서 발견된 알에서 태어났듯, 알영 역시 알영정(閼英井) 이라는 우물가에서 나타난 것은 두 인물이 신성함의 근원에서 동등한 기원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화적 장치입니다.
우물은 땅속 깊은 곳에서 생명수를 길어 올리는 장소이자, 신성한 세계와 인간 세계를 잇는 통로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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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영정. 진짜 알영우물은 다른 건물 안 알영비각 뒤에 3매의 장대석으로 덮여있다. |
닭의 부리: 불완전함에서 완전함으로
알영이 처음에는 닭의 부리를 가졌다는 묘사는 그녀가 온전한 인간이 아닌, 신성한 동물(계룡)의 속성을 지닌 반신반인(半神半人) 의 존재였음을 상징합니다.
이는 그녀의 출생이 인간을 초월한 신의 영역에 속해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이후 냇물에 몸을 씻자 부리가 떨어져 나간 사건은, 신성한 존재가 인간 세상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정화(淨化)' 의 과정, 즉 통과의례를 의미합니다.
신의 흔적을 지우고 완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거듭남으로써, 비로소 인간 세상을 다스릴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알영의 탄생 자체가 신라의 국호와 정체성을 예고하는 상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화가 아닌 역사 기록 속에서 그녀의 위상은 어떻게 기록되었을까요?
놀랍게도 그 흔적은 더욱 뚜렷하게 남아있습니다.
3. 여왕의 나라 신라, 그 뿌리 알영
알영의 높은 위상은 다음 두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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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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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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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二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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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거세와 알영을 함께 일컫는 칭호로, 두 사람이 동등한 권위를
가진 신라의 신성한 시조였음을 의미합니다. 신라는 한 명의 왕이
아닌, 두 명의 성인이 함께 연 나라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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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모(始祖母)로서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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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 신라에 선덕여왕, 진덕여왕, 진성여왕 같은 강력한 여왕들이
연이어 등장할 수 있었던 문화적, 사상적 뿌리가 바로 건국 신화 속
시조모 알영의 높은 위상에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알영이라는
강력한 여성 시조의 존재는 후대 여왕들의 통치에 문화적, 이념적
정당성을 부여하며 신라를 동시대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여왕의
나라'로 만든 바탕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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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신화적 위상은 학술적 연구를 통해 더욱 구체화됩니다.
김선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본래 신라의 모체였던 사로국(斯盧國) 단계에서는 알영이 최고 ‘조상신’으로 숭배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소국을 병합하며 신라라는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天神)의 성격을 가진 박혁거세가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국조(國祖)’로 정립되었고, 이 과정에서 알영은 그의 부인으로 위상이 재편되었다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첨성대(瞻星臺)를 알영부인의 ‘우물’ 이미지와 연결해 해석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첨성대는 아래가 다소 좁고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실루엣을 가지는데, 이를 “우물(井)”의 형태를 연상시키는 조형으로 보려는 관점입니다.
이 해석은 단순히 모양의 유사성에만 기대지 않습니다.
신라 건국 신화에서 반복되는 “우물”이 시조의 탄생과 신성함을 드러내는 핵심 무대였다는 점, 그리고 알영부인의 탄생이 알영정(閼英井)이라는 우물의 이름으로 기억된다는 점을 함께 엮습니다.
즉, 첨성대가 ‘별을 보는 관측 시설’이면서 동시에, 신라가 공유하던 신성한 이미지(우물·정화·탄생의 기원)를 돌로 형상화한 상징물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관점은 선덕여왕(善德女王)의 통치 정당성과도 연결됩니다.
신라 최초의 여왕이었던 선덕여왕이 자신의 왕권을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신라의 오래된 신성(神聖)과 계승의 질서 위에 놓기 위해, 건국 신화의 핵심 상징(탄생의 우물)을 떠올리게 하는 조형물을 세웠다는 해석입니다
이 경우 첨성대는 단지 하늘을 읽는 시설을 넘어, “신라의 시작은 신성한 기원에서 비롯되었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재확인하는 장치가 됩니다
알영의 이야기는 그녀의 죽음 이후에도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신비로운 여운을 남깁니다.
4. 마지막 수수께끼: 오릉(五陵), 함께 묻히지 못한 두 성인
『삼국유사』는 박혁거세와 알영의 죽음마저도 평범하지 않은, 기이하고 신성한 이야기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기이한 장례식은 우리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집니다.
박혁거세가 재위 61년 만에 하늘로 올라갔고, 7일이 지난 후에 그의 유해가 땅으로 흩어져 떨어졌다고 합니다.
왕후였던 알영 역시 그를 따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라 사람들(國人)은 두 성인을 함께 묻어 장례를 치르려 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유해를 합치려 할 때마다 큰 뱀이 나타나 사람들을 쫓아내며 방해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합장을 포기하고, 흩어진 5개의 신체 부위를 각각 다른 곳에 장사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무덤은 오릉(五陵, 다섯 개의 능) 또는 뱀 때문에 사릉(蛇陵, 뱀무덤) 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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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릉 전경 |
이 기이한 장례 이야기는 박혁거세와 알영, 두 성인의 신성함을 마지막까지 강조합니다.
그들의 시작과 끝 모두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신화의 영역에 남겨둠으로써, 그들이 필멸의 인간이 아닌 신성한 시조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아리랑의 어원이 신라의 시조비인 알영부인(閼英夫人)에서 유래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김지연의 '알영(閼英) 설': 기록에 따르면, 김지연(金志淵)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나타난 전설을 근거로 아리랑의 어원을 설명합니다.
그는 박혁거세의 왕비인 알영의 덕을 찬미하던 '알영'이라는 말이 시간이 흐르면서 '아리랑'으로 변했다고 주장합니다.
• 이름의 표기와 발음상의 연관성: 알영부인은 기록에 따라 '아리영(娥利英)'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또한, 고대 신라인들은 '알(閼)' 자를 '아리'로 읽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알천(閼川)'을 '아리나리' 혹은 '아리레'라고 부른 사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러한 언어적 유사성이 어원설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 '알'의 상징적 의미: 기록에서는 '알'이라는 표현이 '아리수', '알천' 등과 같이 '물'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비를 주관하는 특별한 지위의 사람' 혹은 '농작의 풍요를 기원하는 사제'를 의미한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알영부인이 우물(알영정)에서 탄생했다는 신화적 배경은 이러한 상징성과 연결됩니다.
• 다양한 어원설 중 하나: 다만, 자료는 아리랑의 어원에 대해 40여 가지가 넘는 설이 존재하며, 어느 것 하나가 확정적인 정설(定說)로 평가받지는 못하고 있다고 덧붙입니다.
알영부인 관련 설은 그중 보편적으로 논의되는 주요 학설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건국의 어머니, 알영을 기억하며
지금까지 우리는 알영부인의 신비로운 탄생과 그 속에 담긴 상징, 왕비를 넘어선 그녀의 진정한 위상, 그리고 죽음에 얽힌 마지막 수수께끼까지 살펴보았습니다.
계룡의 겨드랑이에서 태어나 닭의 부리를 가졌던 아이, 우물과 냇물을 통해 신성함을 증명하고 나라의 이름에까지 영향을 미친 건국의 주체. 그녀는 단순한 왕비가 아니라 신라의 시작 그 자체였습니다.
알영부인의 이야기는 신라 건국 신화의 절반을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신라가 '여왕의 나라'로 불릴 수 있었던 배경, 즉 여성을 존중하고 그 역할의 중요성을 인정했던 고대 사회의 일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제 신라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건국의 아버지' 박혁거세와 함께 '건국의 어머니' 알영부인을 함께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비로소 신라 건국의 온전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신라 건국 신화 속 알영부인(閼英夫人)의 기록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삼국유사』·『삼국사기』 등 공개된 사서와 널리 알려진 연구 논의를 바탕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독자의 몰입을 돕는 범위 안에서 장면과 흐름을 서사적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특히 건국 신화는 역사적 사실의 ‘연대기’라기보다, 당시 사람들이 국가의 기원과 정통성을 어떻게 설명하고자 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의 언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가”만을 단정하기보다는, 기록에 남은 상징(우물, 계룡, 닭의 부리, 정화 의식, 오릉 전승)이 무엇을 의미하도록 배치되었는지, 그리고 그 상징이 신라의 정체성(국호 계림 등)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초점을 맞춰 풀어냈습니다.
아울러 학계에서 제기되는 해석 가운데는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 자료의 한계 속에서 제안되는 가설도 존재합니다.
본문에서 알영부인의 위상 재편 가능성처럼 “가능성”으로 제시되는 내용은 단정적 사실이 아니라 연구자의 해석 틀을 소개하는 것이며, 독자가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The essay reexamines Alyeong Buin not merely as Hyeokgeose’s queen but as a co-founder of Silla, paired with him as the “Two Saints.”
Samguk Yusa says a sacred “chicken-dragon” appeared at Alyeongjeong well and birthed a girl with a beak-like lip; after she was bathed in a stream near Wolseong, the beak fell away, marking purification into a human leader.
Reading the symbols—well, chicken, dragon, and Silla’s name Gyerim—it argues her origin was tied to state identity.
It also notes a hypothesis that she may once have been a revered ancestral deity later recast as consort.
Their deaths end in mystery: a great snake blocks joint burial, so five tombs, Oreung, are m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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