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나 프라우드무어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여성 영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녀의 삶은 아서스 메네실과의 사랑, 로데론의 멸망, 테라모어 파멸, 달라란 수장으로서의 고뇌,
그리고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끊임없는 전쟁 속에서 흔들려왔다.
그러나 그녀가 걸어온 수많은 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순간은
바로 고향 쿨 티라스로 돌아간 이야기다.
쿨 티라스 귀환은 단순한 귀향이 아니라, 제이나가 오랫동안 도망쳐 왔던 과거와 마주하고,
아버지 다에린 프라우드무어의 그림자와 화해하며, 얼라이언스를 위해 다시 일어서는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쿨 티라스는 아제로스에서 가장 강력한 해상 왕국으로,
대해군 제독 다에린 프라우드무어의 지휘 아래 수많은 전쟁에서 활약한 바다의 왕국이었다.
제이나는 그 가문의 자랑스러운 딸로 태어났지만, 그녀의 관심은 바다가 아닌 마법에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대마법사 안토니다스의 제자가 되어 달라란에서 수학했고,
그곳에서 아서스 메네실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젊은 사랑은 로데론의 몰락과 스컬지의 침공으로 산산조각 났고,
제이나의 운명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워크래프트3에서 그녀는 칼림도어로 항해해 스랄, 카른 블러드후프, 티란데 위스퍼윈드 등과
손을 잡고 불타는 군단에 맞섰다.
이 과정에서 그녀의 아버지 다에린은 호드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고,
전쟁을 고집하다가 스랄과 로칸, 나이트 엘프 전사들에게 패배하여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쿨 티라스와 제이나 사이를 돌이킬 수 없는 골짜기로 만들었다.
쿨 티라스인들에게 제이나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배신자였고,
그녀 스스로도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그녀는 칼림도어에서 테라모어를 세우고 지도자로 자리 잡았으나,
가로쉬 헬스크림이 던진 마나폭탄으로 도시 전체가 파괴되면서 삶은 또 한 번 무너졌다.
테라모어 파멸은 제이나의 신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녀는 호드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다짐했고, 달라란의 지도자가 된 후에도
호드 마법사들을 추방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라이언스는 그녀의 지혜와 마법을 필요로 했다.
불타는 군단이 아제로스를 침공했을 때, 얼라이언스는 다르나서스를 잃고 큰 상처를 입었다.
이때 안두인 린은 제이나에게 쿨 티라스로 향해 함대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쿨 티라스의 해군은 얼라이언스가 전쟁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전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임무는 제이나에게 단순한 외교 임무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래도록 피하고 있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자,
자신을 배신자로 부르는 민족과 마주하는 고통스러운 귀환이었다.
보랄러스 항구에 발을 내딛은 제이나를 맞이한 것은 환영이 아닌 분노였다.
시민들은 그녀를 배신자라 외쳤고, 어머니 캐서린 프라우드무어조차 딸을 감옥에 가두었다.
캐서린은 제이나를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반역자로 규정했고, 쿨 티라스 귀환은 치욕과 고통으로 시작되었다.
감옥에 갇힌 제이나는 결국 자신을 심판하는 바다의 환영 속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끝없는 환영과 환청 속에서 과거의 죄와 마주했다.
아서스를 막지 못한 죄, 아버지를 배신한 죄, 테라모어를 지켜내지 못한 죄.
잊혀진 영혼의 바다에서 제이나는 자신의 영혼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을 겪었고,
스스로를 증오하며 끝없는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무너지는 대신 과거를 직시했고,
오히려 자신이 걸어온 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녀가 한 선택들은 아제로스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길이었다.
끝내 제이나는 영혼의 심판을 견뎌냈고, 어머니 캐서린은 딸의 진심을 깨달았다.
캐서린은 오랜 세월 품었던 분노와 오해를 풀며 딸을 끌어안았다.
“넌 내 딸이자, 쿨 티라스의 피다.”
이 순간 제이나는 단순히 한 명의 마법사가 아니라, 쿨 티라스의 후계자로서 다시 태어났다.
제이나는 대해군 제독으로 즉위하며 쿨 티라스의 함대를 다시 얼라이언스에 합류시켰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과거를 도망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고향과 화해했고, 아버지의 유산을 받아들였으며,
얼라이언스를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강력한 지도자가 되었다.
보랄러스 항구에서 출항하는 쿨 티라스 함대의 깃발 아래 선 제이나는,
이제 과거의 상처가 아닌 미래의 희망을 상징했다.
그것은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깊은 서사 중 하나였다.
한 인물이 자신의 죄책감을 극복하고, 뿌리와 화해하며, 다시금 아제로스를 위해 일어서는 구원의 여정이었다.
쿨 티라스 함대는 얼라이언스의 해상 전력이 되었고,
제이나는 안두인 린의 든든한 동맹자로서 새로운 전쟁을 이끌었다.
그녀의 귀환은 얼라이언스가 다시 하나로 뭉치는 결정적 순간이었으며,
팬들에게는 오랫동안 방황하던 영웅이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 감동을 선사했다.
오늘날까지 제이나 프라우드무어는 워크래프트를 대표하는 영웅으로 남아 있다.
쿨 티라스 귀환의 이야기는 그녀의 긴 여정에서 가장 극적이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순간으로,
전쟁과 마법, 배신과 용서, 증오와 화해가 뒤엉킨 서사 속에서 플레이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과거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의 길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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