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라는 말을 선물한 작가, 카렐 차페크 이야기
1. '로봇'이 없던 세상, 상상해 봤어?
'로봇'이라는 단어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지금은 인공지능, 공장 자동화, 심지어 진공청소기까지 온갖 곳에 쓰이는 이 흔한 단어가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답니다.
이 단어는 한 작가의 빛나는 상상력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과학 기술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사람이었죠.
지금부터 그 단어를 탄생시킨 작가, 카렐 차페크의 놀라운 세계로 들어가 봅시다!
2. '로봇'의 진짜 아빠는 따로 있다?
1920년, 희곡을 쓰던 카렐 차페크는 인조인간을 뭐라고 부를지 고민하며 화가인 형 요세프를 찾아갔습니다.
아마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까요?
카렐: "음… 인조인간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라틴어로 일꾼이라는 뜻의 '라보리(Labori)'는 어때?"
요세프: "그건 너무 딱딱하잖아. 우리 체코어에 '고된 노동'을 뜻하는 '로보타(robota)'가 있으니, 그냥 '로보티(roboti)'라고 하는 건 어때?"
카렐: "로보티! 그거 아주 좋은데!"
맞아요. '로봇'이라는 단어를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 이었지만, 그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은 바로 그의 형, 화가 요세프 차페크였습니다.
카렐 스스로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편지를 보내 이 사실을 밝혔답니다.
'로봇'이라는 단어는 이렇게 탄생했어요.
• 로봇 (Robot):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
• 로보타 (Robota): '고된 일', '강제 노동', '노예의 일'을 의미
• 어원: 고대 슬라브어 '라보타(rabota, 노예 상태)'에서 파생. 독일어 '아르바이트(Arbeit)'와 같은 뿌리를 가짐.
전 세계가 쓰는 단어를 탄생시킨 이 형제, 특히 동생 카렐 차페크는 정말 비범한 인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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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렐 차페크 |
3. 시대를 앞서간 예언가, 카렐 차페크는 누구일까?
카렐 차페크 (Karel Čapek, 1890-1938)는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입니다.
그는 극작가, 소설가, 언론인, 비평가 등 장르를 넘나들며 눈부신 재능을 뽐냈죠.
그의 삶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볼까요?
• 엘리트 지식인: 프라하 카렐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였지만, 항상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어요. 그의 작품은 결코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았거든요.
• 반(反)파시즘 투사: 파시즘과 나치즘을 극도로 혐오하며, 언론과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그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이 때문에 노벨문학상 후보에 7번이나 올랐지만, 나치 독일의 압력으로 수상하지 못했어요.
• 조국을 사랑한 작가: 나치가 체코를 점령하면 자신이 가장 먼저 체포될 것을 알면서도 망명을 거부하고 조국에 남았어요. 그 위협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형 요세프는 1939년 체포되어 베르겐-벨젠 강제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거든요. 안타깝게도 카렐은 나치 침공 직전인 1938년 겨울, 독감 합병증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어요.
그의 작품은 국경을 넘어 많은 작가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미국의 위대한 극작가 아서 밀러는 그를 이렇게 회상했죠.
"나는 내가 오래 전 1930년대에 대학생이었을 때 카렐 차페크를 읽었다. 그와 같은 작가는 없었다… 초현실주의적인 유머와 매우 날선 사회 풍자가 혼합된 예언적인 확신… 그를 읽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 아서 밀러 (1990)
그렇다면, 이토록 강직했던 작가는 작품을 통해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까요?
4. 차페크의 상상력이 폭발한 대표작 2선
차페크의 대표작 중에서도 그의 예언자적 상상력이 빛나는 SF 작품 두 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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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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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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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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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R. (로숨의 만능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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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노동을 시키기 위해 만든 인조인간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켜
인류를 멸망시킨다. 하지만 마지막에 두 로봇에게서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희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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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이 인간을 행복하게만 할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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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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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지능을 가진 도롱뇽을 발견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한다.
결국 도롱뇽들은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거대한 존재로 성장하여 인류와
전쟁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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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인종차별, 끝없는 자본주의의 탐욕이 계속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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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최초의 로봇 반란: R.U.R.
여기서 잠깐! <R.U.R.>의 '로봇'은 우리가 생각하는 깡통 로봇이 아니에요.
공장에서 혈관, 근육, 뼈 같은 유기물 부품을 대량 생산해 조립해서 만든 인조인간으로, 오늘날의 안드로이드나 <블레이드 러너>의 레플리칸트에 가깝습니다.
이 희곡은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든 피조물이 창조주에게 반기를 들고 인류를 멸망시키는 이야기입니다.
차페크는 이를 통해 산업 문명이 인간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살아있는 존재를 단순한 도구로 취급할 때 어떤 비극이 초래되는지를 강력하게 경고했어요.
이 작품 하나로 '로봇의 반란'이라는 SF의 핵심 클리셰가 탄생했고, 오늘날까지 수많은 작품에 영감을 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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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곡 R.U.R. |
4.2. 가장 신랄한 풍자: 도롱뇽과의 전쟁
이 소설은 차페크의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가 절정에 달한 작품이에요.
그는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도롱뇽' 이야기를 통해 인간 사회의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소설 속에서 '도롱뇽'은 제국주의에 의해 착취당하는 식민지 민중과 노동 계급을, '인간'은 탐욕스러운 자본가와 제국주의 열강,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상징해요.
차페크는 이 소설이 단순한 공상과학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어요.
"이것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현재다. 이것은 미래에 대한 추측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앞에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현실에 무관심한 문학이나, 세계의 현 상황을 말과 생각이 가지는 힘만큼 열정적으로 반영하지 않는 문학은 나의 것이 아니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1930년대 유럽을 휩쓸던 파시즘의 광기를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가장 신랄하게 고발했던 거에요.
차페크는 100년 전 사람이지만, 그의 경고는 오늘날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줍니다.
5. 왜 우리는 여전히 카렐 차페크를 읽어야 할까?
카렐 차페크는 단순히 '로봇'이라는 단어를 만든 작가가 아닙니다.
그는 기발한 상상력을 무기 삼아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 작가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낳는 윤리적 문제, 인종차별과 착취, 전체주의의 위험 등 그가 던졌던 질문들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의 작품이 오늘날에도 전혀 낡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시대를 꿰뚫어 본 예언가이자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을 놓지 않았던 휴머니스트, 카렐 차페크. 그의 책을 펼쳐 100년을 뛰어넘는 그의 통찰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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